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일 민주진보 통합정당을 결성하자고 제안, 야권통합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구체적으로 이달 말까지 통합정당 추진기구를 만들고 연말까지 통합정당을 결성하자는 일정도 제시했다. 손 대표는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통합은 시대 요구이며 민주당의 과제"라며 "12월 18일 이전에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현실인식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의 패배라는 쓰라린 경험을 한 야권이 하나로 뭉쳐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을 말릴 사람도, 명분도 없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하나 둘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야권통합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빠졌다. 그것도 결정적인 것이 빠졌다. 바로 시대정신이다. 손 대표가 밝힌 것은 오로지 방법과 일정뿐이다. 현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면, 통합야당은 어떤 시대정신을 토대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그 대강이라도 밝혔어야 했다. "반(反)MB, 반(反)한나라당은 다 모여서 권력을 되찾아오자"는 정치공학만 있을 뿐이지, 정신과 비전은 실종돼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그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사람'으로 알려진 우제창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민들은 권력교체,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열망하고 있다"면서 "자기혁신 없는 통합의 틀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우 의원이 그게 무산될 가능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측면도 있을 것이나, 민주당이 선거기획정당의 모습을 고집한다면 미래가 없다는 지적은 옳다고 본다.
물론 야권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대정신과 지향점이 제기되고 정리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선후(先後)가 있다. 어떤 시대정신, 어떤 정치, 어떤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를 밝히고 토론하는 게 먼저고, 통합의 형식은 그 다음이다. 그게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에 지지를 보낸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