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빈곤과 기근이 어린 영혼에 씻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의 나로 자랄 수 있게 한 힘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였다."
원자바오(溫家寶ㆍ사진) 중국 총리가 정치적 박해를 받고 가난했던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지난달 25일 고향 톈진(天津)의 모교 난카이(南開) 중학교를 방문해 한 강연에서였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 강연은 톈진시 공산당위원회 기관지 톈진르바오에 4일 보도됐다. 아버지는 94세를 일기로 올해 세상을 떠났다.
원 총리는 "나는 1942년 톈진 근교 이싱부(宜興埠)라는 농촌의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초ㆍ중학교에 다닐 당시 부모님, 3남매 등 다섯 식구가 9㎡가 채 안되는 집에서 살았다고 회상했다. 가장 슬픈 추억은, 디프테리아에 걸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아버지가 손목 시계를 판 것이다. 그 돈으로 아들에게 주사를 맞혔지만 아버지는 그 뒤 수년 동안 손목시계 없이 지냈다. 명문 베이징스판(北京師範)대를 졸업하고 고향인 톈진의 중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던 아버지가 1960년 교직을 뺏기고 돼지 농장으로 가야 했던 가족사도 공개했다. 중국에서는 당시 당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식인들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원 총리는 "대학에 들어가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한 곳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돼지농장이었다"며 "아버지는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짐 싸는 것을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원 총리는 "평생을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신 그분이 올해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지질학에 흥미를 느꼈던 원 총리는 베이징지질학원을 졸업한 뒤 간쑤(甘肅)성 지질국 부처장을 지내다 정계에 진출했다. 원 총리는 "아버지께서 자연지리를 좋아해 나도 지질학에 심취했고 그것이 나의 인생 방향을 정했다"며 "나는 지금도 지질학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연은 2일 전문지인 중국교육보를 통해 공개됐지만 중국 안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일부 외신이 이를 보도하자 톈진르바오가 강연 기사를 다시 실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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