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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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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입력
2011.11.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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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묘사 모시러 증조할머니 묘소를 찾아가며 다람쥐를 보았다. 쏜살같이 내 앞을 지나갔다. 시커먼 청설모가 아니라 몸에 줄이 있는 다람쥐다. 묘소 부근에 참나무가 많고 도토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아 겨울잠을 위해 먹이를 찾아온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람쥐를 자주 보았다.

숲에서 밤이나 도토리를 들고 가는 다람쥐를 본 것은 몇 번 되지 않고 고향 진해의 벚꽃잔치에 나온 다람쥐를 자주 보았다. 그땐 다람쥐를 잡아 쳇바퀴에 넣어 팔았다. 법률 제10977호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기보다도 먼 옛날 일이다. 다람쥐는 체로 만든 둥근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쳇바퀴만 신나게 돌아갈 뿐 다람쥐는 늘 그 자리에서 빙빙 돌았다. 처음엔 신기했다. 그러다가 다람쥐가 불쌍해져 벚꽃이 날리는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한다는 말도 배웠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할 때 쓰는 속담이다.

요즘은 욕심 많은 청설모의 극성으로 다람쥐 구경하기가 어렵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은 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 듯 사는 세상이다. 아무리 뛰어보아도 늘 그 자리다. 문득 쳇바퀴 속에서 다람쥐 같이 뛰고 있는 나를 어린 시절의 내가 찾아와 한참 구경하고 가는 기분이 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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