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노동 무임금 등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을 자화자찬하는 자료를 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한하는 나쁜 제도를 '성과'로 내세우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획재정부는 4일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에 대한 불관용, 무노동 무임금, 적정 노조 전임자 수 유지 등 선진화 정책을 시행한 결과 사용자의 인사권, 경영권이 확립되고 불합리한 노조활동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사관계학회에 의뢰해 노조가 있는 179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재정부에 따르면 조합원 100명당 노조 전임자 수가 2007년 1.2명에서 올해 0.9명으로 줄었다. 또 인사권 확립을 목적으로 노조 간부 인사 때 노조의 동의 조항을 단체협약에서 삭제한 기관이 31개, 경영권 확립 차원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을 결정할 때 노사합의 의무조항을 철폐한 기관이 22개였다. 재정부는 "정부가 추진해온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 전횡과 사측이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노사관계에 대한 매우 저열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도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시각을 질타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선진화 정책을 따르지 않는 기관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등 정부가 압박 수단을 동원해 힘으로 강요한 제도이지 노사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정권 후반기에 갈수록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수용해 큰 틀에서 선진화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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