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6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제친 프로야구계에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등 내로라 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내년 시즌에 국내 무대로 복귀, 7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선수 개인적으로야 일본 무대에 착근하지 못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안고 복귀하는 것이어서 씁쓸하겠지만 어찌됐든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과 김태균은 국내 복귀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박찬호는 걸림돌이 있다.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무대로 진출한 선수가 다시 돌아오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유예조항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98년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해외파 2년 유예제도를 도입했다. 더욱이 박찬호의 영입을 위해서는 야구 규약 105조 4항 "특별지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1라운드 지명권을 사용한 것으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해야 한다. 공주고를 졸업한 박찬호의 연고구단인 한화가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고, 본인도 고향 구단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어한다. 한화로서는 박찬호 영입을 위해 유망주 지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간의 이유로 야구계 일각에서는 '박찬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KBO 규정대로라면 박찬호는 내년에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2013년부터 뛸 수 있게 된다. '박찬호 특별법'의 실체는 박찬호가 조건 없이 내년부터 국내에서 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구단에서는 한화가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여론은 '박찬호 특별법' 제정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타 구단들도 프로야구 전체를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의 모임인 일구회도 최근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줬다"며 "KBO는 특별법을 제정해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호는 94년 어깨 하나만 믿고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 가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디딘 후 17년 동안 아시아인 최다승(124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후 고교 루키들이 봇물처럼 태평양을 건넜지만 성공한 선수는 추신수뿐이다. 박찬호의 124승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프로야구계 주변에서는 과연 내년에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되는 박찬호가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변화구가 여전히 좋기 때문에 선발 10승 정도는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찬호의 복귀는 이승엽 김태균 등과 함께 흥행면에서 '박찬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박찬호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박찬호를 영입하는 구단은 일정 부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프로야구계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나머지 구단들이 다소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특정 구단이 조건이나 대가 없이 박찬호를 영입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생리에도 맞지 않는다.
4일 일본에서 영구 귀국한 이승엽은 "찬호 형과는 상대팀으로 꼭 같이 한번 뛰어보고 싶다. 영웅의 볼을 한번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던지고, 이승엽이 때리는 내년 시즌 꿈의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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