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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위층 스모그 고통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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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위층 스모그 고통 '나몰라라'

입력
2011.11.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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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일 동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스모그가 짙게 깔리면서 숨조차 쉬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구급센터에 따르면 최근 스모그의 영향으로 호흡기 질환과 뇌기능장애 환자가 지난 주보다 13%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대기오염 정도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공기 오염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지도부가 특수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후난(湖南)성의 공기청정기 제조사 브로드그룹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최고 수뇌부가 모여 사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지역에는 최소 200개의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 공기청정기를 취급하는 베이징의 한 판매상은 홈페이지를 통해 “거실부터 회의실, 수영장, 헬스클럽까지 중난하이의 모든 곳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며 “브로드 브랜드의 공기청정기가 지도자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인민들에게 축복”이라고 자랑했다.

이들 공기청정기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후 주석의 방과 인민대회당,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객실 등에 설치됐다. 브로드그룹 홈페이지에는 중국의 지도부가 공기청정기 실험에서 잉크색의 오수가 필터를 통해 나오는 것을 목격한 뒤 청정기를 즉시 설치토록 지시했다고 돼있다. “대기오염이 너무 심해 자동차는 물론 호텔 방에서도 공기청정기를 써야 한다”는 룽융투(龍永圖) 보아오포럼 전 사무총장의 인터뷰 동영상도 함께 올라와 있다. 지도자들이 중난하이 바깥으로 나갈 때도 공기청정기는 필수 지참 품목이라고 청정기 판매담당자는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퍼지자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한 블로거는 “국민은 멜라민 우유와 시궁창 식용유를 먹고 오염된 공기에서 숨쉬는데 지도자들은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짜 제품이 많은 중국에서는 정치 지도자, 인민해방군 등에게 진짜 술, 진짜 식품 등 ‘터궁(特供)’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번에 지도부가 정화 공기를 사용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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