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4일 퇴원했다. 소말리아 해적을 진압하는 ‘아덴만 여명’ 작전 과정에 총상을 입고 아주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지 288일만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회의장에 유희석 병원장과 함께 들어선 석 선장은 회색정장 차림이었고 오른손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총상으로 으스러진 왼손은 여전히 불편해 보였고 다리도 조금 절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석 선장은 “곧 환갑인데 제2의 인생을 얻었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이어 “모든 국민의 성원과 특별한 격려를 해주신 대통령님 그리고 모든 의료진 등을 위해 봉사하면서 힘차게 알차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피격 상황에 대해 석 선장은 “총에 맞아 왼손이 크게 다쳤지만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모르핀 주사를 놔주거나 아니면 쏴 죽여달라고 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큰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는 해군 출신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해군이 구해줬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완전히 신체가 회복된다면 다시 뱃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몸 상태가 더 호전되면 해군부대에서 강의 등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해적들에 대해서도 “죄는 밉지만 용서하고 싶다. 인간적으로 보면 불쌍하다”고 했다. 석 선장은 퇴원 뒤 부산으로 가 통원 치료를 받으며 당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병원장은 “수술과 재활치료가 끝나 현재 석 선장은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총기에 의한 장기손상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지만 모두 완치됐으며 다리도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다만 총상으로 으스러진 왼손의 경우 다섯 손가락 중 엄지와 검지의 기능만 회복돼 정교한 동작은 어려운 상태다. 25% 정도 기능이 회복했지만 지속적인 관절운동과 근력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석 선장의 퇴원 소식에 동료선원들과 삼호해운 측은 크게 기뻐했다. 함께 피랍됐다 구출된 김두찬 갑판장은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온다니 축하드린다”며 “조만간 집에서 뵙고 싶다”고 했다. 삼호해운 측도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앞서 석 선장은 ‘아덴만 여명’ 작전 중 배와 두 다리, 왼쪽 손목 등을 심하게 다쳐 여러 차례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상처가 컸던 왼쪽 넓적다리관절에 염증이 생겨 한동안 재활치료를 중단하기도 했다. 병상에서 59번째 생일을 맞기도 했던 그는 지난달 31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석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는 “석 선장을 만난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었다”며 “매일 생사의 고비를 넘겼지만 석 선장과 가족 모두 의료진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조영주 청해부대 최영함 함장이 석 선장에게 기념품과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수원=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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