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앤드루 커노한 지음·한진영 옮김/필로소픽 발행·288쪽·1만6,000원
많은 사람들이 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경전에 적힌 대로 의심하지 않고 믿으면 살아가는 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를 나와 댈하우지대 철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신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소박한 고민에서 출발해 현대철학과 정서심리학을 도구로 삼아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저자는 "10대 때에 나를 키워준 종교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무신론자가 됐고, 의미 있는 삶을 탐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삶의 의미를 우선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what truly matters)을 탐색하는 것에서 찾았다. 그래서 행복, 쾌락, 욕망, 이성, 자아실현, 정의, 헌신 등 삶에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을 조목조목 살펴본다. 하지만 이들 가치 자체만으로는 삶의 의미의 원천이 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낸다.
저자는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면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혹은 정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흔히 감정은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여기지만, 감정은 이성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정서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논거로 제시했다. 물론 감정은 쉽게 바뀌고 편견이 있으므로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진정 중요하다면 우리의 감정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뭔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숭배하거나 경멸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은 다양하므로 삶의 의미도 개인마다 다르다. 따라서 '내 삶이 의미 있는가?'라는 추상적인 질문 대신 '내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존엄과 자긍심, 참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인가?'라고 구체적으로 물으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삶의 의미에는 본질이 없으므로, 감정을 길잡이 삼되 그것이 과연 편견없이 옳은 것인지를 이성으로 판단해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종교에 의존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제공하는 성찰과 논증이 도움될 것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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