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감사원이 공개한 대학 재정 운용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113개 대학 중 약 50개 대학에서 탈법•비리 행위가 적발됐다. 이들 대학에서는 이사장부터 말단 교직원까지 가리지 않고 비리를 저질렀다.
교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립대 이사장
지방 A대 이사장 일가는 3개의 학교법인을 설립해 대학 2곳과 고교 2곳을 운영하면서 16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 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작년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7,000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5,000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했다.
이 이사장은 2년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비 15억5,000만원을 빼돌려 부인의 건물 매입 대출금 상환에 쓴 뒤 4년제 대학의 자금으로 이 돈을 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에 대비해 통장 분실 신고를 한 뒤 무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하고는 분실 신고 전 통장으로 예금 잔고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고, 만기가 되면 다른 예금으로 돌려 막는 수법도 썼다.
다른 대학 이사장 일가는 당국의 허가 없이 임의로 교육용 시설을 수익용 시설인 유료 노인요양시설로 용도를 변경해 수익금 32억원을 횡령했다. 이 대학은 교비로 이사장 업무추진비를 매달 400만원씩 총 1억9,000만원을 지급했고, 이사장이 사용할 캠핑카도 1억8,000만원에 구입했다.
총장 주도로 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수십억원의 특혜를 주고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횡령 전력이 있는 이사장의 배우자와 설립자를 부속기관장으로 임명하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교수•교직원들도 각종 수법 동원해 교비 횡령
B대에서는 한 교수가 연구원 15명의 인건비와 장학금 수령 통장을 관리하면서 2008년부터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장학금 등 10억원 중 3억4,000만원을 개인 연금으로 납부하거나 자신의 증권계좌에 넣었다.
다른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 10억원을 조성한 후 이를 개인 용도, 홍보비, 접대비 등으로 지출했다. 또 다른 대학 산학협력단 산학연구행정팀장은 기업체가 지원하는 연구비 30억여원을 공식 연구비 계좌가 아닌 100여개에 달하는 대학 명의의 '중간계좌'를 통해 받고 7년간 이 계좌에서 30억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 등에 사용했다.
탈법•비리는 국립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C대 총장은 총장 선거 당시 공약을 이행한다며 정부의 인건비 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수당을 인상해 2009~2010년 총 34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의대 출신의 다른 대학 총장은 2007년 총장 당선 후 진료 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으면서도 진료수당이 지급되는 최고한도(월 72시간)로 진료한 것으로 처리, 9,000만원을 가로챘다.
감독기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설립자의 교비 100억원 횡령 사건으로 임시 이사를 파견한 D대 경영권을 E학교법인 이사장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편법 인수되도록 승인했다.
부실 사학은 '유령 학생' 명단 수두룩
F대는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려 교직원 가족을 전액 장학생으로 명의상 입학시킨 뒤 출석 없이 학위를 수여해 다음 연도에는 학과를 바꿔 다시 신입생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또 지방의 한 대학은 "소속 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이 90% 미만이면 보수를 매월 150만원만 받겠다"는 서약서를 교수들에게 받았다. 이에 따라 한 교수가 1938년생인 자신의 아버지를 신입생으로 입학시킨 뒤 제적시키고, 이듬해 다시 아버지와 언니, 동생을 신입생으로 입학시키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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