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 등록금 감사/ 등록금 왜 이렇게 비싼가 들여다 봤더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 등록금 감사/ 등록금 왜 이렇게 비싼가 들여다 봤더니

입력
2011.11.03 17:36
0 0

올해 1년치 사립대학 등록금은 학생 1인당 평균 768만 6,000원에 이르렀다. 최근 10년 사이에 대학 교육의 질은 별로 나아진 게 없지만 등록금은 두 배나 올랐다. 감사원이 대학 회계장부를 들여다본 결과 주요 요인이 드러났다. 우선 대학들이 실제보다 지출을 늘리고 수입을 적게 계상하는 예산 편성에 따른 예∙결산 차액을 등록금으로 충당해 온 것이 등록금 인상의 첫째 요인으로 밝혀졌다.

등록금 책정은 대학 편의대로

대학은 다음해 예산을 편성할 때 교비 회계(국ㆍ공립대는 기성회 회계)의 수입 부족액(지출_수입)을 기준으로 등록금 인상 액수를 정한다. 수입 부족액이 늘어나면 등록금도 오르게 된다. 대학들은 지출을 실제보다 과다 계상하고, 수입을 과소 계상하는 방법으로 세입 부족액을 부풀려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표본으로 등록금 집중 감사를 실시한 결과 35개 대학 모두가 이런 방법을 썼다.

이 대학들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지출을 4,904억원 높여 잡고 수입을 1,648억원 적은 것으로 계상해 세입 부족액이 실제보다 연평균 6,552억원(대학별 평균 187억원) 늘어나게 됐다. 이 대학들의 1년간 등록금 수입 총액이 5조 1,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책정액이 실제 필요한 액수보다 13% 가량 부풀려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대학 4곳은 등록금 예상 수입(학생 수x1인당 등록금)을 계산하면서 학생 수를 일부러 적게 대입해 1인당 등록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이 대학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더 걷은 등록금은 최근 2년간 394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대학 내 회계감사 전담기구 설치율이 12%에 불과하고,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을 견제할 제도도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줄줄 새는 등록금

대학들이 등록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사례들도 대거 적발됐다. 현행법 상 학교법인이 학교시설 건설비를 부담하게 돼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주로 등록금으로 구성되는 교비 회계에서 건설비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대학 29곳을 감사한 결과 14곳이 최근 5년 동안 학교시설 건설비의 99%(연평균 약 167억원)를 교비로 충당했다. 법인 돈으로 지어야 할 학교 건물을 학생 돈으로 지어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국공립대 역시 기성회 회계에서 교직원 인건비를 지급해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 국공립대 6곳이 기성회 회계에서 불법 지급한 급여는 1,479억원으로, 이는 전체 기성회 회계의 30%에 달하는 큰 액수다.

교비 수입을 제대로 회계처리하지 않는 사례도 허다했다. 사립대학들은 학교 기부금과 학교시설 사용료 등을 교비 회계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7개 대학은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714억원의 기부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쌓아둔 돈 중 일부를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나눠주거나 회식비로 썼다.

등록금은 대학 법인의 쌈짓돈

상당수 학교 법인들이 등록금을 제멋대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개 대학에서는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의 사학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교비에 전가시켜 최근 5년간 2,301억원의 교비 손실을 초래했다. 당연히 법인이 내야 할 법인 운영비마저 교비에서 지출하게 한 대학도 13곳(총액 182억원)에 달했다. 모 대학은 법인 산하 중ㆍ고교 교장의 사택 건축비 6억원까지 교비에서 부담하게 했다.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 10곳이 법인이 지출해야 하는 로스쿨 운영비 241억원를 교비 회계에 떠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교직원에 대한 과도한 처우 역시 대학재정 부담 및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됐다. 사립대 18곳이 최근 5년간 교직원 가족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740억원에 달했다. 모 대학은 규정상 장학금을 줄 수 없는 부속병원 직원 자녀에게도 7억원의 장학금을 줬고, 다른 대학은 교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내야 할 근로소득세 2억여원을 대학 예산에서 대신 내줬다. 해외 학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교직원에게 해외 학회 참가비 명목으로 1인당 240만원(총 2억2,000만원)을 준 대학, 명예퇴직 근무 기간을 채우지도 않은 교직원들에게 20억원이 넘는 명예퇴직 수당을 준 대학 등도 있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