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머리라 불러도 명예훼손 아니다"

비방 목적으로 '대머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도, 이 단어 자체에 비하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인터넷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라고 부른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김모(30)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려고 사용했을 순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대머리' 표현 자체가 누군가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게시 글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에 속한다는 점에서, 의사 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 게임 리니지에 접속, 공개 채팅창에서 평소 감정이 안 좋았던 네티즌 박모씨를 '뻐꺼(머리가 벗겨졌다는 은어), 대머리'라고 지칭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며, 이런 경우를 유죄로 인정하면 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통상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므로,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이라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