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소셜미디어 공간의 폭력적ㆍ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한 보도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올라온 영상이나 텍스트의 사실 여부는 물론 개인 사생활 침해 여부, 지나친 폭력성ㆍ선정성 부각에 따른 부작용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 인용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진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 당시 리비아 시민군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카다피 시신 사진과 영상을 국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 등장 이전 신문이나 방송은 사자(死者)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피투성이 시신'사진을 게재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왔다. 그러나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동영상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급속도로 퍼져 나가자 카다피 시신 사진과 동영상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김장현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튜브 정보는 이미 공개된 정보나 마찬가지여서 언론으로서는 보도의 유혹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러나 주요 (전통) 언론이 보도하는 순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에 노출되는 문제가 생겼고, 폭력성 짙은 비디오를 걸러온 저널리즘의 전통도 무너지고 말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생생한 현장은 정보 수용자들이 단시간에 분노를 결집ㆍ폭발시킬 만큼 자극적이다. 2009년 6월 이란의 개혁을 주장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네다 아그하 솔탄(당시 27세)이 친정부 민병대 바시즈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녀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생생하게 담은 40초짜리 동영상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퍼졌고 순식간에 그녀는 이란 혁명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당시 신문과 방송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잔혹한 장면을 여과한 뒤 보도해야 할지, 역사적 순간을 가감없이 기록할지를 놓고 고민했지만 대부분 그대로 보도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온라인에 올라온 정보라 해도 절제있고 품위있는 선에서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의미있지만 잔혹한 장면을 보도할 경우 언론은 좀 더 보도 가치와 보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놓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카다피 사진과 동영상은 그의 죽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이자 독자가 가장 보고싶어한 순간이었다"며 "그러나 언론 매체의 성격에 따른 룰과 독자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에 대한 검증없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영상을 언론이 보도하는 행태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6년 한 남녀가 서울 지하철에서 "형편이 어려워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며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눈물의 지하철 결혼식'장면을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뒤 언론보도로 이어져 큰 화제가 됐지만 확인결과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상황극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 이재경 교수는 "SNS가 발달할수록 날조된 영상이나 텍스트가 언론의 검증없이 보도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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