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3일 대전에서 지역MBC 사장단을 대상으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광고판매 설명회를 열고 자사렙 설립 추진 막바지 상황을 점검했다. MBC는 최근 법인 명칭을 확정하고 중구 수하동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자사렙 설립 준비를 거의 끝냈다. 지난달 SBS가 ㈜미디어 크리에이트라는 독자 미디어렙을 출범한 데 이어 MBC마저 직접 광고판매에 뛰어들면서 "미디어 시장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은 2일 여의도 MBC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광고 직접영업은 공영방송에 걸맞은 재원 조달 방식이 아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MBC는 12월 출범하는 종합편성(종편)채널과 SBS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 등 미디어 환경 변화 때문에 광고 직접영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MBC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와있는 상황에서 SBS의 비정상적 광고 직판영업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MBC의 자사렙 설립을 계기로 정부여당의 민영화 요구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며 "스스로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종편 발 광고유치 무한경쟁에 공영방송 MBC 등 지상파까지 가세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매체간 (광고유치)경쟁이 격화하면 광고단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미디어렙법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염치가 없어 지상파에 더 참아달라는 소리를 차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체제가 위헌 판결을 받은 지 3년 가까이 지나도록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들어 국회에 공을 떠넘긴 것이다. 그러나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이 직접영업 또는 이와 유사한 자사렙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재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은 독점판매 부분"일 뿐이라며 방통위의 책임회피를 지적했다.
방통위는 2009년 12월 지상파에 "광고계약을 코바코에 위임하라"는 행정권고를 해 대체입법 전까지의 혼란을 막아왔는데, 이런 노력조차 포기한 셈이다. "법이 없으니 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수수방관을 합리화한 최시중 위원장의 태도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지적대로 "사실상 지상파에게 각자 영업을 하라는 사인"으로 해석된다. 장지호 국장은 "최 위원장이 지상파에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규제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뭉개버린 것은 물론 방통위의 존립 목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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