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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이 나서니 바다가 살아났다/ (하) 실의 빠졌던 어촌, 한국의 나폴리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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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이 나서니 바다가 살아났다/ (하) 실의 빠졌던 어촌, 한국의 나폴리 됐어요

입력
2011.11.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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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이 훤히 보이는 카누 타 보세요. 안 해 보면 후회합니다!"

관동팔경 중 한 곳인 강원 삼척시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장호마을에는 올 여름 내내 이 마을 명물 '투명카누'를 타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길이 5m, 폭 1.5m 크기의 2인승인 이 배는 전투기 조종석에 사용되는 투명 아크릴 소재로 바닥을 만들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투명카누를 운영하는 장호자율관리공동체의 신재균 사무장은 "30분에 2만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요금임에도 관광객들이 (투명카누를 타려고) 2~3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대략 하루 500명 정도가 체험했다"고 말했다.

경치가 아름다워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호마을은 관광객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어촌체험마을'로 변신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2007년 2월 구성된 자율관리공동체가 사업을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사실 장호마을은 2001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동해안 어촌체험마을 1호다. 주민들은 지원금(15억원)을 받아 선착장과 생태체험장을 만들고, 특산품인 대구를 잡거나 어선을 타고 해변을 도는 유람 등 몇 가지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했다. 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2006년엔 너울성 파도가 몰아 닥쳐 시설물이 파손ㆍ유실돼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남들보다 먼저 어촌체험마을을 시작해 앞서 나가려던 계획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젊은 주민들이 나섰다. 마을 전체 67가구 중 절반인 31가구가 모여 공동체를 꾸린 것. 노년층은 "이번에도 해 봤자 소용없을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주민들은 컨설팅 업체와 함께 어촌체험마을 실패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미국에서 놀이기구로 인기를 끈 투명카누를 도입하고 장호리 해안 1㎞를 도는 바다 래프팅, 수심 5m에서 수중관광을 즐기는 스노클링,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등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완전히 바꿨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 2009년에만 관광객 10만명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1만1,282명이 체험시설을 이용해 1억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을 뿐 아니라 민박(4억3,072만원), 식대(2억5,819만원), 특산물 판매(1,480만원) 등의 파급효과로 모두 10억4,7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주민들 소득도 가구당 4,000만원(2007년)에서 4,500만원(2009년)으로 높아졌다. 특히 민박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비회원 주민들도 지역 경제가 살아나며 더불어 장사가 잘 되자 폐어망 회수, 해변 청소 등 공동체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신 사무장은 "명물 투명카누가 유명해지면서 올해엔 관광객이 20만명을 넘어선 것 같다"며 "2008년 1척에 260만원이나 하는 투명카누를 도입할 때만 해도 회원들이 반신반의 해 3대만 구입 운영했는데, 인기가 좋자 이듬해 7대를 추가 구입 현재 10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홈페이지로 관광 및 체험 시설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할 수 있는 것도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장호공동체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휴가철(6~9월)에만 운영하는 체험마을을 1년 내내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강낙영 장호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인공 섬을 조성해 사계절 체험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유람선과 관광 곤돌라도 운행해 더욱 많은 관광 수익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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