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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조항은 필수? 독소? 전문가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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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조항은 필수? 독소? 전문가 의견은

입력
2011.11.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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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ISDㆍInvestor State Dispute)를 두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필수요소'와 '독소조항'으로 평가가 갈릴 만큼 그 간극이 깊다. 'ISD가 필요한지 아니면 독소조항인지'에 대해 찬성론자인 홍성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반대론자 이해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의 주장을 들어봤다.

■ 홍성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문가 양성, 대응하는 게 상책"

홍성필 교수는 ISD를 한미FTA의 필수요소로 본다. 양국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정이라는 것. 홍 교수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한국이 획득한 석유 개발사업권을 2009년 정권이 바뀌자 돌연 취소했는데, 이 사건을 나이지리아 법원에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객관적인 국제 중재기관을 활용하려면 ISD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투자자가 미국 정부의 부당한 권리 침해를 받았을 때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 판사들이 국익을 우선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홍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향후 중국과의 FTA를 체결할 때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ISD를 넣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호주와의 FTA에서 ISD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두 나라는 영미(英美)법 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사법제도가 유사해 굳이 외부 중재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ISD 때문에 미국 기업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한 남미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소송에 휩싸이지 않을까. 홍 교수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국가 부도사태 때 대외 채무를 동결하고, 환율과 통화 정책을 무리하게 운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겼으므로 ISD가 아니라도 어차피 손해배상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볼리비아는 투자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미국 기업에 상수도 사업을 맡겨 손해를 떠넘긴 격이 돼 배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남미 국가들의 사례는 경제시스템이 잘 갖춰진 우리나라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 교수는 전문가를 육성해 ISD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 아니고, 우리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를 앞세워 주도적으로 소송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동법 등 공공정책을 위반하면 누구라도 투자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처럼 외국 투자자들에게 국내법 준수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협정문 부속서에 '보건의료서비스, 사회보장보험 등에 대해 ISD를 유보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ISD가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민자유치사업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민자고속도로 등 사업의 수익성을 부풀려 미국 투자자를 유치한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한·미 투자자 배상범위 불평등"

이해영 교수는 한미 투자자 간의 불평등 지위, 공공정책에 대한 위협 등을 들어 "ISD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가 첫 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미국측 한미 FTA 협정문 서문에 들어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투자자보다 더 큰 실질적 권리를 누리지 아니한다'는 구절. 예를 들어 한국인이 매입한 미국 토지가 미국 정부에 수용되면 미국인과 똑같은 액수만 보상받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르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한미 FTA는 반사이익을 포함, 재산권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미국인이 소유한 한국 토지를 수용하려면 땅을 사기 위해 들인 행정적 비용 등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 반면 우리 투자자는 국내법에 따라 땅 값만 보상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FTA 조항의 위상에도 양국간 불평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FTA 조항이 법률의 위상을 갖기 때문에 시행령, 시행규칙, 지자체 조례 등보다 우위에 있다. 기존 하위법들과 충돌할 경우 FTA 조항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한미 FTA 협정은 주법에 우선하지 않는다. 미 의회가 협정문과 함께 승인한 행정조치성명은 '최대한 가능한 정도로 주-연방 협의 및 협력을 통해 미합중국의 의무를 이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무가 아니라 가능한 지키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주(州)법과 한미 FTA 협정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주법이 우선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공공정책에 대한 투자는 나중으로 미뤄 안전하다는 정부와 야권의 주장에 대해 "협정문도 안 읽어본 듯하다"고 매섭게 비판했다. 협정문 11.28조는 투자계약의 범위에 '국가 당국이 통제하는 천연자원에 관해 매각할 권리' '발전, 용수 분배, 통신 등 당사국을 대신해 공중에 서비스를 공급할 권리' '도로, 댐, 배관 건설 등 기반시설사업을 수행할 권리'를 적시하고 있다. 이를 부속서에서 유예하고 있지만 그 폭이 너무나 좁아 다 걸러낼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들 사업과 관련해 미국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하면 빈틈을 이용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ISD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이 전세계의 4분의1이 넘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마련했다는 안전망은 너무나 엉성하다"면서 "이를 개선하지 않고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정부나 국내 기업 모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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