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세피난처를 경유한 신종 변칙상속으로 세금을 회피한 중견기업 대표 등 자산가들이 무더기로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이 변칙적인 국제거래를 통한 상속세 탈루를 대거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적발을 통해 국내 대주주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자녀명의로 해외펀드를 만들고 그 펀드에 국내 관계사의 주식을 저가로 양도해 세금 없이 경영권을 물려주는 등 세금회피의 새로운 통로로 국제거래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막대한 상속세를 회피하고자 유령회사를 통한 변칙적 국제거래로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하고 이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국제거래를 이용 세금 없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가 등 11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해 들어 2,783억원을 추징하고 4건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또 연매출 1,000억~5,000억원대의 전자, 의류 중견기업 중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인 업체와 고액 부동산,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 가운데 편법적인 부 대물림 혐의가 짙은 10개 업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발표된 '편법 국제거래를 이용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사례는 변칙 상속ㆍ증여 경로가 국제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800억원의 세금 추징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전자부품 중견업체인 A사 김모 대표의 수법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A사를 비롯해 국내외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버진아일랜드에 X펀드를 만들었다. 이어 A사 등이 보유한 해외지주회사 지분을 X펀드에 싼값에 양도하고 펀드의 출자자 명의를 아들로 바꿔 경영권을 넘겨줬다.
의류를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는 B사의 사주 이모씨는 사전상속과 해외소득 은닉을 위해 홍콩을 이용했다. 이씨는 아들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세무조사를 피하려고 다시 제3자 명의로 바꿨다. 이를 통해 이씨는 해외공장 주주에 자녀 이름을 올려놓는 방법으로 사실상 자녀에게 증여했다. 또 페이퍼컴퍼니는 B사와 이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공장의 생산ㆍ영업을 총괄하는 것처럼 꾸며졌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계열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가 추진되는 등 편법 상속ㆍ증여 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자 조세피난처 활용 등 부의 대물림 형태가 국제화되고 수법도 지능화ㆍ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향후 외국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 동시 및 파견조사 등 국제공조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해외금융계좌를 통한 자금 흐름을 추적 실질 귀속자를 찾아내 과세할 예정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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