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문화 콘텐츠를 미 할리우드에 수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3일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정부 산하 산업혁신기구가 60억엔(870억여원)을 출자한 펀드 ‘올 닛폰 엔터테인먼트 웍스(이하 올 닛폰)’가 이달 출범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완구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할리우드에 진출시킨다는 게 목표다. 제작자 각본가 감독 배우도 직접 선정할 계획이다.
‘고질라’ ‘트랜스포머’ ‘드래곤 볼’ ‘링’ 등 일본산 콘텐츠가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돼 성공한 케이스는 많다. 하지만 판권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원작자가 얻는 이익은 적었다. 영화 입장 수익을 포함한 각종 파생상품 판매로 2조엔의 매출을 기록한 ‘트랜스포머’의 원작 판권을 소유한 일본의 완구회사 다카라토미는 2009년 한해 이 영화와 관련, 151억엔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영화 판권만을 소유한 미국의 하스브로사는 3배가 넘는 468억엔을 벌었다. 더 이상 일본의 콘텐츠로 할리우드만 배부르게 하는 일을 없게 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속내이다.
영화산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절치부심한 다카라토미는 ‘갓차맨’(한국명 독수리오형제)을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키로 하고, 올닛폰측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올닛폰은 이 밖에도 ‘플루토’ ‘고르고 13’ ‘고질라’ 등 일본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판권 판매 등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고 2009년 4조5,000억엔 가량인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완구시장 규모를 2020년 17조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화 ‘고르고 13’을 기획중인 필로소피아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시장에서 미국산 콘텐츠는 이미 바닥난 상태”라며 “일본의 콘텐츠는 지명도가 높고, 독창성이 뛰어나 소재로 삼기에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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