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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정윤수씨 '인공 낙원'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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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정윤수씨 '인공 낙원' 펴내

입력
2011.11.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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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며 공원, 호수, 마천루. 대규모 개발 현장의 얼굴을 장식하는 멋들어진 조감도는 1970, 80년대 개발독재기 도시 이주민들의 욕망이 투사된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화를 내건 세계 도시간 경쟁의 산물이지요. 그 속에서 서울은 대화와 여유, 소통이 있는 삶의 터가 아니라 ‘구경 거리’만 넘쳐나는 거대한 인공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축구 칼럼니스트로, 문화예술평론가로 활동 중인 정윤수씨가 현대 한국 사회의 중심인 도시 공간에 대한 비판적인 소묘를 담은 (궁리 발행)을 냈다. 한국인에게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린” 도시의 공간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해명하기 위해 아파트 모델하우스, 백화점, 테마파크 등 11개 거대 공간을 발로 찾아 다니며 체험하고 취재하고 사색한 결과물이다.

그는 서울처럼 ‘맹진하는 속도와 휴식 없는 노동과 번들거리는 물신의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무국적의 글로벌폴리스’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모델하우스를 꼽았다. ‘대도시의 네거리마다 요란한 치장으로 서 있는 모델하우스는 한곳에 정박하지 못하고 끝없이 떠도는 우리 삶의 불안정성’을 잘 보여준다. 그곳은 언제든지 쉽게 짓거나 철거할 수 있고 손쉽게 이전할 수 있는 ‘가설’의 무대다.

물건을 사고 판다는 전통적인 정의를 넘어, 먹고 마시며 배우고 즐기는 공간으로 외연이 확장된 현대 한국의 백화점은 ‘낙원’처럼 비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같은 변화를 끌고 나가는 힘은 결국 ‘매출 신장’이라는 시장자본주의 논리다. 그래서 그는 대형 백화점을 ‘인공낙원에 우뚝 세운 성주의 성’이라고 말한다. 쇼핑몰이 포진한 대형 기차역 역시 그에게는 ‘물신의 압도적인 전시장’이다.

그가 ‘도시인문학’ 작업이라고 표현한 이 책에서 주된 비판의 표적으로 삼은 한국적인 ‘인공 낙원’은 광화문광장이다. 광장은 본래 ‘권력의 의지가 무지막지하게 발현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유의 열망이’ 빚어지는 곳. 하지만 광화문광장처럼 그곳이 ‘시민의 일상 공간이 아니라 국가 상징의 거대한 공간이 되는 순간, 관제화되거나 박제화되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광장은 본래 모든 길들이 아무 막힘 없이 이어지는 공간이지만, 광화문광장은 건널목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들어서야 하고 그 순간 ‘중앙집권적인 권력 상징들 위에 천박한 구경거리, 요란한 스피커들, 재벌들의 전광판, 서울시의 노골적인 홍보 이미지와 자동차 소음’에 포위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자유와 시민정신을 만끽할라치면 경찰에 점령 당하는 권력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광화문광장 공사가 단순히 현 정권의 시위공포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이 나라의 오랜 관 주도 행정의 거대한 무의식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 같은 무리수의 지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들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 없이 서울은 “산책이나 연애할 수 있는 비어 있는 삶의 공간”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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