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금융감독원장 7명 중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종창(63) 전 금감원장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김 전 원장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은행에 대한 검사 무마를 위한 압력 행사 등 각종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재산공개 대상자인 고위공직자로서 금감원장 취임 전 보유했던 아시아신탁 주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다.
당초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금융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90억원을 투자한 점, 이 은행을 위해 구명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김 전 원장을 접촉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김 전 원장을 세 차례나 소환 조사했지만 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거나,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무마를 위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아시아신탁 사외이사를 지내며 부인 명의로 이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고, 취임 이후에도 이를 친구에게 명목상으로만 넘긴 채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행법상 직위를 이용한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공정한 업무수행을 위해 공직자가 되기 전 보유했던 주식은 매각 또는 백지 신탁해야 한다. 김 전 원장은 이를 위반한 사실이 들통났고, 결국 '부산저축은행 사건 사법처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또 한 명의 고위 공직자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의혹 등 제기된 의혹을 광범위하게 살펴봤지만 범죄혐의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아시아신탁 주식 차명 보유도 부산저축은행 건과 완전히 무관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백지신탁 거부의 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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