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성장해도 안정적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만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제 성장이 상용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규모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더 나아가 '나쁜 일자리만 늘리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비정규직 600만명 시대'는 성장의 고용창출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2일 한국은행의 '총요소생산성의 고용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상용직(계약기간 1년 이상이거나 회사 인사규정 등을 적용받는 일자리) 취업자 수와의 상관계수가 외환위기 이전(1990년 1분기~97년 3분기) 0.83에서 외환위기 이후(97년 4분기~2011년 2분기) 0.48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성장률이 높아져도 상용직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상관계수가 1이면 경제성장과 취업자 수가 정확히 비례해 증가하고, 0이면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미이다.
한은 조사국 박구도 차장은 "추세적인 실질 GDP 증가분과 취업자 수 증가분을 배제한 수치(순환변동치)를 토대로 둘간의 상관계수를 도출했다"며 "상관계수가 1에 거의 근접했던 환란 이전에는 경제 성장에 거의 비례해서 상용직이 증가한 반면, 최근에는 경제 성장에 따른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가 과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환란 이전에 경제 성장률이 일정 비율 증가하는 데 따라 상용직 일자리가 83개 늘었다면, 지금은 48개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실질 GDP와 임시ㆍ일용직 간 상관관계는 더 높아졌다. 계약기간 1년 미만인 임시직의 상관계수는 환란 전후 0.67에서 0.71로 상승했고, 특히 계약기간 1개월 미만 일용직은 0.29에서 0.52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경제 성장이 과거처럼 고용을 창출하지 못할뿐더러, 만들어 내는 일자리도 근로조건이 열악한 임시ㆍ일용직에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상용직 취업자의 인력 조정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를 활용해 경기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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