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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복지부… 선택의원제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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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복지부… 선택의원제 좌초 위기

입력
2011.11.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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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들을 양질의 만성질환 전문기관으로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선택의원제가 애초의 취지는 오간 데 없이 단순한 '고혈압ㆍ당뇨병 환자 병원비 깎아주기'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선택의원제가 좌초되는 과정은 이익단체 압박과 부실한 사전조사로 방향성을 잃고 헤매는 보건정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원제는 애초 고혈압ㆍ당뇨병 등을 가진 만성질환자가 자신이 이용할 의원 1곳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으면, 해당 의원에게는 의료수가(건강보험 진료비)를 올려주는 등 혜택을 주고, 환자에게는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도록 하는 제도였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1차 의료기관(동네병원)의 역할재정립 방안 중 하나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17일 이런 내용의 선택의원제를 10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참여하려는 의원들은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의사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유리하며, 신규 개업의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었다. 또 유럽식 주치의제도로 가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한국 특유의 전문의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복지부는 결국 9월 8일 의사가 참여하지 않아도 고혈압ㆍ당뇨병 환자가 1개 동네의원을 다니겠다고 건강보험공단에 신청만 하면 진찰료 본인부담을 30%에서 20%로 낮추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에 10여 차례 병원을 가야 총 8,000원~1만원 정도 혜택을 받는데 불과해 실효성이 의문시됐다. 한 고혈압 환자는 "진찰료 얼마나 한다고, 차라리 약값을 깎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고혈압ㆍ당뇨병 환자 중 70% 가량이 이미 동네의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또 환자의 80%가 1개의 의료기관을 정해서 다니고 있다는 통계들도 공개됐다. 복지부는 본인부담률을 깎아주면 동네의원을 찾는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들이 10%포인트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다가 정부는 지난 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재수정한 선택의원제 시행계획을 내놓았다. 2차 개정안은 환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는 등 행정절차가 번거로우니, 의사가 재진 이상부터 환자에게 본인부담률 인하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여러 의원을 다녀도 본인부담 인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급기야 '선택의원제'라는 용어도 '동네의원 만성질환 관리제'로 변경했다.

물론 환자들은 푼돈이나마 진찰료를 깎아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건정심 회의에서는 이번 방안이 병원비가 많이 드는 중증질환의 본인부담은 낮추고, 반대로 경증 질환은 본인부담을 높이기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기본방향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으로 건정심에 참여하고 있는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복지부가 의료계의 압력에 굴복해 아무 실효성도 없고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게 될 변질된 제도를 채택했다"며 "이번 안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 건정심 회의에서 이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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