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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후배 때리고 취객에 발길질만 해도 모두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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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후배 때리고 취객에 발길질만 해도 모두 조폭?

입력
2011.11.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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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국에서 검거했다고 발표한 조직폭력배 중에 일반 폭행 범죄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범죄를 조폭 범죄로 분류해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조폭과의 전쟁' 선포 뒤 조현오 경찰청장의 성과주의, 실적주의의 폐해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31일 검거했다고 발표한 조폭 127명의 개별 범죄 내역에 따르면 23명의 범행은 사실상 조직폭력배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자신의 옛 애인을 때렸다며 찾아가 주먹으로 보복했다가 전북 완산경찰서에, B씨는 술에 취한 후배가 전화로 욕설을 했다며 찾아가 폭력을 행사했다가 덕진경찰서에 검거됐다. 또 C씨는 술을 마시고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하다 강원 원주경찰서에 붙잡혔다. 이들 모두가 조폭 검거 실적으로 경찰청에 보고됐지만 사실상 단순 폭행 사건이다. 또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자신의 인적 사항을 물어본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때린 피의자(경남 진주, 25일), 엘리베이터 문을 오래 잡고 있었다며 주먹을 휘두른 피의자(인천 삼산, 24일) 등도 조폭 범죄에 포함됐다.

현행법상 조직폭력배 요건은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되고, 위계질서가 있으며 행동강령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 장례식장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4일 선포한 조폭과의 전쟁 이후 검거한 조폭은 이와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구성 요건보다는 공포와 폭력을 사용해 사회와 민생에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사건도 경우에 따라서는 조폭 사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의 실적 부풀리기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경찰청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상부의 독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폭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며 "요즘 조폭들은 단속될 만한 사건은 대놓고 저지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이번 조폭과의 전쟁에서 경찰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 일선에서는 일반범죄를 조폭범죄로 몰아가는 등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3일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 발족식을 갖고 조폭과의 전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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