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기습 상정하고 강행처리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저지하면서 외통위는 여야 의원들과 국회 경위, 야당 보좌진 간의 격한 대치로 온종일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민주당 김영록, 민주노동당 강기갑 김선동 의원 등이 전체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강 의원은 외통위원장석 맞은편 벽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신문지로 감아 '먹통'으로 만들었다. 경위들이 전체회의장 문을 열쇠로 열려고 하자 김영록 의원은 미리 준비한 펜치로 문고리를 비틀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전체회의장 앞에 앉아있던 김선동 의원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의자를 들었고, 결국 김 의원이 앉은 채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남 위원장은 이날 오전11시40분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외통위 소회의실에 있던 여야 보좌진과 취재진을 내보낸 뒤 한나라당 외통위원 10여명과 함께 소회의실에 들어갔다. 이어 12시쯤 소회의실에서 야당 의원과 함께 전체회의를 열어 외교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안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전체회의실은 민주당 김영록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이 문을 안으로 잠근 채 점거 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예산안 토론이 마무리될 때인 오후1시30분쯤 남 위원장이 여야 간사 합의 사항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남 위원장은 "오후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해 토론하되, 토론과 의결을 분리하고 그 사이 최소한 한 시간의 정회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중점 토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응하지 않자 남 위원장은 오후 2시 구두(口頭)로 FTA 비준안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남 위원장을 향해 "이완용이 되지 말라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공격하자, 남 위원장은 "당신이 이완용이에요"라고 맞받아쳤다. 이 때 소회의실 문이 열리며 야당 보좌진과 취재진이 밀려 들어와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결국 FTA 비준안 토론을 해보지도 못한 채 회의는 30분 만에 정회됐다.
정회한 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다시 만나 여야 대치를 풀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원내대표 회동이 이뤄지는 동안 여야 의원들은 소회의실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신경전을 계속했다. 결국 남 위원장은 오후 6시20분쯤 산회를 선포한 뒤 "내일 본회의까지는 외통위 회의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3일 외통위 처리를 다시 시도하거나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도 여의치 않으면 1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극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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