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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계열사 빌딩 산다… 투자냐 꼼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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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계열사 빌딩 산다… 투자냐 꼼수냐

입력
2011.11.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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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투자 목적인가, 아니면 계열사 지원 차원인가.

최근 대한생명이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소유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대한생명은 한화빌딩 매입 배경에 대해 "투자운용을 통한 고객 이익 창출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선 고객의 돈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금융회사가 계열사의 현금 확보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자사 주주인 한화케미칼이 보유한 장교동 한화빌딩(연면적 7만4,374㎡ㆍ2만2,498평)을 3.3㎡ 당 1,755만원씩 총 3,95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3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30일까지 매매대금을 모두 치른다는 계획이다.

대한생명은 유가증권, 예금 등을 통한 자산운용 수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화빌딩 매입으로 연 6.2~6.3%의 부동산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현재 한화빌딩의 공실률(空室率)은 거의 제로(0)"라며 "부동산 임대수익과 함께 4대문 안에 위치한 주요 빌딩을 확보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등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케미칼 입장에서 현금자산 확보를 통해 설비투자 여력을 늘릴 수 있어 윈-윈 거래라는 것이다. 양사 모두 이사회와 사옥 가치에 대한 감정평가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 및 보험업법 상 부동산보유한도(일반계정 자산의 25% 이내, 특별계정 자산의 15% 이내) 등의 법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전례도 있다. 삼성생명은 2009년 12월 계열사인 삼성전자로부터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을 5,048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생명 역시 부동산 임대수익을 통한 투자운용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동부화재도 지난해 강남구 대치동 동부금융센터 일부 층의 지분을 동부건설로부터 358억원에 매입했고, 동부생명은 올해 초 동부건설이 소유한 용산구 동자동 토지를 1,271억원에 사들였다.

금융회사의 계열사 부동산 매입은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진행되지만, 계열사에 대한 측면 지원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우선 임대수익 목적이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현재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은 삼성카드, 삼성증권 2개사가 대부분 사용하고 있고,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일부 부서가 입주해있다. 삼성생명 측은 "연 6%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계열사 간 임대차 관계가 시장 원리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한화빌딩도 마찬가지다. 한화㈜를 비롯해 대부분 한화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다. 한화그룹입장에선 한화케미칼에 줬던 임대료를 또 다른 계열사인 대한생명에 주는 셈이다. 때문에 오른 쪽 호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왼쪽 호주머니로 넣는 것에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기도 애매하다.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대형 빌딩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크(PB) 부동산 팀장은 "빌딩 매매 시장의 큰 손인 외국계 기관의 입질이 거의 없는 상태라, 큰 빌딩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대형 빌딩 매입은 지원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14일 회사채차환 및 시설투자, 운영자금 확보를 이유로 회사채 1,5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한화케미칼이 유동성이 긴박하게 필요한데 외부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계열사에 빌딩을 넘겼다면 우회지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창언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은 "이번 매매에 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대한생명 검사를 실시할 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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