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4개월 넘게 끌어 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도청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혀 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의 부실, 늑장 수사와 정치권 눈치보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안동현 수사과장은 2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 도청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수사 대상에 오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과 KBS 장모 기자를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관계자 조사, 폐쇄회로(CC)TV 조사, 통신ㆍ탐문 수사 등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장 기자 자백이나 도청 목격자, 녹음기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의원에게 (녹취록이) 전달된 경로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과장은 또 "(녹취록의) 민주당 내부 유출 가능성은 낮지만 한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전제로 장 기자의 도청 혐의를 밝혀 내지 못했다"며 "한 의원이 도청 문건인지 알고 공개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명예훼손 혐의 모두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한 의원이 6월 24일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23일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록을 읽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도청을 했다며 경찰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그간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장 기자를 세 차례 소환하고, 한 의원은 10월 초 한 차례 서면조사했지만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사 착수 열흘 뒤에야 장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국회 회기 중이 아닌데도 한 의원 소환조사를 하지 않는 등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참으로 무능한 경찰이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범인을 찾을 의지가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도청의 진실을 영원히 묻어 둘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라고 비난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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