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나 핵실험 등 핵분열반응에서 생성되는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서울 주택가 도로에서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시민단체가 위해성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체된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콘크리트 중 일부가 도로에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20분 노원구 월계동 한 아파트 인근 이면도로의 방사능 수치가 주변보다 높다는 시민 백모(42)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KINS가 2일 오전 이 일대 26곳을 측정한 결과 도로의 오래된 아스팔트에서 시간당 최고 1.4마이크로시버트(μSv/h)의 세슘 137이 검출됐다. 세슘 137은 독성이 사라지는 데 300년이 걸리는 물질이다.
현장에서 조사를 벌인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간당 1.4마이크로시버트를 연간 피폭치로 환산하면 12밀리시버트(mSv)에 이르는데 이는 연간 피폭허용치인 1밀리시버트의 12배에 해당한다"며 "당장 오염 구간을 출입 통제하고, 오염된 아스팔트를 빨리 뜯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INS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은 24시간 도로 위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계산해서 12밀리시버트가 나왔지만 방사능이 검출된 곳이 사람들이 이동하는 도로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1시간가량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으로 계산, 피폭량은 연간 0.55밀리시버트 정도"라고 반박했다.
KINS는 또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증상이 나타나는 누적 피폭선량이 500밀리시버트인 것을 감안하면 주민들이 우려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위험성이 있을 때는 최대치를 계산해야 하는데 KINS에서 1시간을 잡아 조사한 건 그 위험성을 24분의 1로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슘 137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원전 등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핵분열반응을 거쳤을 때 생성되는 물질이어서 아스팔트에서 검출된 사실이 의문이다. KINS 관계자는 "아스팔트 원재료나 골재 등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폐기된 원자로에서 나온 자재를 재사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2000년 해체된 노원구 공릉동의 옛 한국원자력연구소 트리가원자로 2호기(트리가마크Ⅲ)에서 나온 콘크리트 중 일부가 국내에서 도로를 깔 때 기초 자재로 쓰인 적도 있다. 문제권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기술개발부장은 "폐로 자재 중에서도 오염도가 0인 고급 자재만 엄격한 절차에 따라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 콘크리트를 고속도로 포장시 사용한 적이 있지만 석유 찌꺼기로 만드는 아스팔트는 자재 자체가 다르다"고 밝혔다.
KINS는 채취한 아스팔트 시료를 3~5일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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