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부산 KT 감독이 '친정'의 신화 창조를 무산시켰다. KT는 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1~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 최종전 홈 경기에서 원주 동부를 76-68로 물리쳤다. KT는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6승 3패를 기록, 2위로 올라선 반면 동부는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1라운드 전승 신화의 마지막 관문에서 주저 앉으며 연승 행진을 8경기에서 마감했다.
동부의 연승 행진이 전창진 감독에 의해 좌절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 감독은 동부가 프로농구의 전통 강호로 자리잡기까지 산파역을 했다. 1999년 코치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2009년 4월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10년간 동부와 고락을 함께 하며 세 차례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기 전 관심은 수비를 강조하는 팀 컬러를 동부에 입힌 장본인인 전 감독이 어떤 지략으로 '질식 수비'를 깨뜨릴지에 모아졌다. 그러나 동부전에서 전 감독을 괴롭힌 것은 상대의 강력한 수비보다는 극과 극의 플레이를 펼친 용병 찰스 로드(203㎝)다.
전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로드 길들이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 일을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좀처럼 플레이 스타일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파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기복 심한 플레이로 전 감독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급기야 전 감독이 최근"새로운 용병을 수혈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
로드는 동부전에서도 3쿼터까지 전 감독의 속을 태웠다. 전반전 득점이 2점에 그친 반면 실책은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5개. 이어 3쿼터 초반 4번째 파울을 범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전 감독이 '퇴출 선언'을 할 만한 경기력이다. 그러나 전 감독은 승부처인 4쿼터에 어쩔 수 없이 로드를 투입했고 그는 박빙의 순간에 화려한 원맨쇼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로드는 66-64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2분 44초에 통렬한 투핸드 덩크슛을 내리 꽂았고 골 밑 슛으로 2점을 추가한데 이어 벤슨의 골 밑 돌파를 블록슛으로 저지한 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덩크슛을 작렬시켰다.
전 감독으로서는 마냥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 감독은 경기 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그냥 끌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로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전주에서는 안양 KGC 인삼공사가 로드니 화이트(26점)와 김태술(18점), 오세근(12점 12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전주 KCC에 84-81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KT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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