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무너진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 4대강 공사구간의 '호국의 다리'(구 왜관철교ㆍ본보 6월27일자 1ㆍ4면 보도)가 한 달여 전부터 붕괴 조짐을 보였으나 시공사가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다리가 낡아 무너졌다'는 기존 사고 원인 발표를 뒤집는 것이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의'구 왜관철교 교각유실 원인분석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6월 25일 오전 4시30분쯤 무너진 호국의 다리는 43일 전인 5월 12일에 이미 평소보다 강한 물길이 집중돼 위험한 상황이었다.
377쪽의 이 보고서에는 '5월에 상류 100m 지점 낙동강 좌안(상류 기준)의 절반을 가로 막은 구 왜관교 철거용 가도(假道)를 제거하지 않아 물길이 반대편 우안의 2번 교각 쪽으로 쏠려 붕괴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기술돼 있다.
호국의 다리 주변 500m 권역 안에는 철도교와 차도, 인도 등 5개의 교량이 몰려 있어 호우 시 유속 증가와 홍수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대비책 없이 무리하게 가도를 운용해 붕괴를 부추긴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5월 12일 호국의 다리 2번 교각 부근 유량이 초당 3,755.19㎥로 붕괴 당시 1,736.06㎥의 두 배를 넘고, 유속도 평소의 두 배인 초당 4m였던 것으로 미뤄 5월에 이미 교각 하단부를 지탱하는 토사의 유실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호국의 다리가 있는 낙동강 24공구 공사를 맡고 있는 대우건설은 올해 초부터 9월까지 호국의 다리 상류 100m 지점에 있는 구 왜관교를 철거하기 위해 낙동강을 가로로 절반이나 막는 가도를 만들었다 공사 후 제거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호국의 다리 트러스와 상판에 대한 '허용응력'평가에서 각각 '이상 없다'로 진단했고, 상태 및 안전성평가에서도 'C'와 'A'등급을 매겨 '사용에 문제없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는 '다리가 낡아 무너졌다', '붕괴된 2번 교각은 물이 흐르지 않는 준설라인 밖이어서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기존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칠곡= 글ㆍ사진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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