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 150호 발간을 맞아 제정된 제1회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자로 황승현(35)씨가 선정됐다. 사회인문학상은 창비와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포함하는 통합적 연구를 지향하고 주체적 담론 생산에 기여하고자 제정한 상이다. 기존 문화ㆍ문학평론가와 대비되는 인문ㆍ사회과학 평론가를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취지다. 백영서 창비 주간은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거시적 안목의 비평가를 키우자는 취지"라며 "최종 목표는 사회인문학이라는 학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비평에 관한 한 황씨의 견해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를 통해 사회를 분석한 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즐겨 본다"며 "기회가 된다면 사회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비평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달동네우파를 위한 '이중화법' 특강: 한예슬 우화를 솔개와 백조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 지난 여름 배우 한예슬이 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장을 이탈한 사건을 실마리로 우리 사회 우파 담론의 핵심 논리를 이중화법이란 개념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단은 "단편적인 사례 분석을 전체 사회에 대한 논의로 이끌어가는 면이 돋보였다"며 이 작품을 선정했다.
황씨는 "한예슬 사건에서 사람들이 '더 열악하게 일하는 스태프도 있다'는 식으로 한예슬을 비난했다. 사건의 핵심은 한예슬이 방송 자본의 이익에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정면으로 거론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인 스태프를 끌어들이는 '이중화법'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평소에 문제되지 않다가 방송 자본 이익에 피해를 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받는' 한예슬을 비난하는 논거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는 우파의 논리와 포개진다.
반미를 외치면서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지식인,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반대하면서 외제차를 타는 영화인 등을 비판할 때도 우파는 이런 '이중화법'을 구사한다. 요컨대 '(사회비판 말고) 스스로 혁신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쟁에 철저히 적응하라'는 것이 우파의 화술이라는 것이 황씨의 진단이다. 황씨는 비평에서 '이중화법의 최종 표적은 바로 강남좌파의 대척점인 '달동네우파'이며 자본(우파)이 달동네 서민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좌파를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 이중화법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투자자문회사에서 근무한 황씨는 현재 프리랜서 투자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화평론 부문에 당선된 뒤 일간지 등에 평론을 써왔다. 황씨는 "기업 공시 내용을 분석해 투자가치를 추론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시상식은 22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며 당선작은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실린다. 창작과비평>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