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막말 경연장이 됐다. 여야가 따로 없다. 난형난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대학생들과의 미팅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쏟아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집권 시절 타결된 한미FTA를'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옷만 갈아입은 이완용'이라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10ㆍ26 재보선 기간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재벌들에게 삥 뜯어 사업을 운영해온 양아치 사업가"(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등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막말이 횡행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1일 대학생들과의'타운 미팅'에서 서울시장 보선 패배책임을 물어 자신의 퇴진을 압박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꼴 같잖은 게 대들고""패버리고 싶었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학시절 미팅 경험을 소개하며"이대 계집애들 싫어"등 특정 대학 비하로 비칠 말도 했다. 집권당의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언행이다.
그 자리는 한나라당이 10ㆍ26 재보선에서 2040세대의 분노와 소통 부재를 확인하고 젊은 층과 소통하려고 마련한 이벤트였다. 대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뒷골목 수준의 품위 없는 표현으로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집권당 대표에게 대학생들이 친밀감을 느꼈을까.
홍 대표는 7월에 난처한 질문을 하는 여기자에게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윽박지른 일도 있다. 지난 재보선 기간에는 거친 표현으로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앞장서 빈축을 샀다. 홍 대표는 당내에서까지 쏟아진 비판에 "죄송한 마음이며 정중히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몸에 밴 거친 말 습관이 쉽게 고쳐질지 모르겠다. 대통령 부인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최종원 의원도 여러 차례 막말로 말썽을 일으켰는데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회 폭력사태 등 소모적 정쟁 못지 않게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운다. 안철수ㆍ박원순 현상에서 보듯 국민들이 왜 정치권 밖에서 대안을 찾으려 하는지 정치권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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