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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공영방송 위기 자초하는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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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공영방송 위기 자초하는 공영방송

입력
2011.11.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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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의미있는 포럼이 열렸다. MBC의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공영방송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그렉 다이크 전 BBC 사장과 시민저널리즘 분야의 유명인사 데이비드 콘을 초청해 '공영방송의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언론계와 KBS, MBC 관계자들 다수가 참석했다.

공정성 시비에 시달려온 MBC가 뼈아픈 발언을 할 수 있는 다이크 전 사장을 연사로 불러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공적 책임'을 논한다는 자체가 획기적이라 기대가 컸다. 다이크 전 사장은 포럼 전 한국일보를 비롯해 연합뉴스, 한겨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MBC는 1일 뉴스데스크에서 포럼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핵심을 빼고 '공영방송이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내용만 보도했고, KBS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다. 방문진 관계자는 "KBS가 다이크와 개별 인터뷰를 갖고 수신료 부분을 집중해 물었다"며 "나중에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 써먹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그가 공영방송의 구조적 변화나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말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핵심은 '권력 견제'였다. 파편적인 사실들만 남았을 뿐 진실은 산으로 가 버린 셈이다.

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공영방송 관계자들 역시 향후 종합편성채널과 뉴미디어 출현으로 수입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위기설 피력에 열심이었다. 권재홍 MBC 앵커는 100% 광고로 운영되는 MBC가 종편 출범으로 타격을 입을 거라며,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문제도 어떻게 공영방송을 살릴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길환영 KBS 부사장은 아예 "KBS 수신료를 중심으로 얘기하겠다"며 인상의 당위성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현재 우리 방송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같은 기본을 다시 말해야 할 만큼 위기다.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사장들은 기자ㆍPD들에게 재갈을 물리며 공영성을 농락하고 있다. 최근 KBS의 한 기자가 '미군기지를 둘러싼 위키리크스의 폭로와 한국 정부의 거짓말'(가제)을 취재하던 중 갑작스레 타부서 발령이 난 것 같은 문제가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KBS는 "정기인사철에 이루어진 인사"라고 했지만 KBS기자협의회는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KBS는 안팎에서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고, 서울시장 선거를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C도 마찬가지다. MBC 기자들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선거보도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갖고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없었다"며 내년 총선, 대선 보도가 걱정이라고 자조했다.

KBS는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대해 내부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고 버티다 경찰수사 종료와 함께 석연찮은 마침표를 찍었고, 상업방송 SBS의 자사렙 설립에 탄력받은 MBC도 독자 광고영업을 위해 3일 지역MBC 사장단을 모아 설명회를 연다. 모두 한치 앞만 보고 있다. 신생 미디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마당에 공영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무엇으로 버틸 셈인가. 정권의 눈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보도한다면 수신료를 구걸하지 않아도 국민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설 것이다.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공영방송은 왜 필요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다시 기본을 묻는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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