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2월 대선의 승부는 다섯 갈래로 치러지는 ‘중원 싸움’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세대적 중년층(40대), 이념적 중도층, 정치적 중립층(무당파), 경제적 중간소득층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은 중간지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전국 단위 선거인 대선에서는 여기에다 지역적 중간지대(수도권ㆍ충청권)가 추가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을 ‘스윙 보터’(Swing Voterㆍ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유권자층)라고 부른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는 “미국 대선에서도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플로리다 등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5개 주의 선택이 승부를 갈랐다”면서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도 5대 중간지대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심 상무는 “중간층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어느 후보가 충족시키느냐 하는 것이 내년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40대의 선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향배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였다. 한국리서치가 26일 실시한 서울시장 보선 예측조사 결과에서도 40대 5명 중 3명 가량(63.6%)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과 4년 전엔 40대의 50.6%(SBS 출구조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었다. 20~30대와 50대 이상의 투표 성향이 어느 정도 고착화된 상황인 만큼 40대의 향배가 더욱 중요해졌다.
최대 표밭인 수도권의 표심 역시 승부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역대 대선에서 정치 이슈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역이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대통령에 50.5%(583만4,916표),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에게 52.0%(588만5,888표)를 던지는 등 정치적 풍향을 달리해 왔다. 또 출신 지역 정체성이 약한 수도권 젊은층 표심이 쏠리는 후보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세종시 등 현안에 따른 전략적 투표 성향이 강한 충청권 유권자들의 선택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선거 때마다 러브콜 대상이었던 중도층과 무당파의 선택을 누가 받느냐도 관건이다. 특정 이념이나 정당과 거리를 두는 이들은 정치 행위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인물ㆍ정책이 등장할 경우 오히려 결집력을 보이는 적극 투표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 예측조사에서도 ‘중도’층의 61.5%가 박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68.3%에 이르렀다.
어느 후보가 중간소득층과 보폭을 맞추느냐도 관심거리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어느 소득계층보다도 위기감이 증폭된 유권자층이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 예측조사에선 자영업자층에선 나 후보가 3.6%포인트 차이로 약간 앞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판 성향이 강한 화이트칼라층에선 박 후보가 31.2%포인트 차이로 나 후보를 따돌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