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위기가 아닙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으로 알려진 윌리엄스 칼리지의 애덤 포크 총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2일 서울 중구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인문학, 전례 없는 부흥의 시대를 맞이하다’란 제목의 특강을 통해 인문학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그는 “지금처럼 세계 경제와 정치의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에 정의ㆍ도덕ㆍ자유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인문학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버드대 MIT 등 유수의 대학들이 있는 매사추세츠주에 소재한 윌리엄스 칼리지는 포브스지 등 미 언론이 선정한 인문대학 순위에서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24개 학과, 33개 세부 전공을 개설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문학 분야 전공을 제공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아메리카 온라인을 공동 설립한 스티브 케이스가 이 학교 출신이다.
포크 총장은 “사망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이야말로 인간에게 감동을 준다’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인문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과 도덕적 규율을 갖게 하며, 자신과 이웃, 나아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품성을 길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기 위한 윌리엄스 칼리지의 독특한 교육방법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작문이나 논술 수업은 교수뿐 아니라 동료 학생들이 함께 평가하는 다면평가시스템을 적용합니다. 학생들의 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수 1명이 학생 2명을 지도하는 개인 교수 방식의 수업도 60여 개 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포크 총장은 또 “저소득층에 여러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고, 외국인 학생들의 구성 비율도 6%로 유지하는데 힘쓴다”고 덧붙였다. 원활한 계층 간 이동과 학생들의 폭넓은 문화 교류를 위해서다.
자연과학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그는 “물리학 수학은 인류의 발전을 이끈 지적 유산이자 학문을 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론을 깨우쳐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인문학 명문’으로 알려진 윌리엄스에서도 사실 70%가 수학을 전공하고, 많은 과학 분야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다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 사이에 “취업률이 대학 평가의 핵심 지표인 한국에서 윌리엄스 칼리지의 교육 방식은 다소 비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포크 총장은 “인문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기초가 튼튼하다. 한국 기업들도 직원을 채용할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하게 본다고 들었다”며 “장기적으론 윌리엄스의 교육 방식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기르는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새하 인턴기자(성균관대 사학4)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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