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ISD 오해와 진실/ 지난 40년간 시행중 제소된 적 없지만 美 기업 호전성·소송 대상 확대는 우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ISD 오해와 진실/ 지난 40년간 시행중 제소된 적 없지만 美 기업 호전성·소송 대상 확대는 우려

입력
2011.11.02 12:54
0 0

'친서민ㆍ중소기업 정책을 무력화시킬 괴물인가, 정치 공세용 발목잡기 대상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관건으로 떠오른 '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ISDㆍInvestor-State Dispute)를 둘러싼 공방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똑같은 제도를 두고 한쪽은 "독소조항", 반대쪽은 "우리에게 더 필요한 조항"이라며 맞설 정도로 찬반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객관적 진실보다 정치적 입장만 부각된다는 우려도 높다. ISD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ISD는 괴물인가

취지로 보면 ISD는 강자(국가)로부터 약자(기업)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기업이 상대국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 당했을 때 상대국을 그 나라의 법원보다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권리를 주는 게 골자다.

제소 권리에 차별은 없다.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제소하듯, 우리 기업도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적어도 취지나 형식 면에서는 'ISD는 나쁜 제도'라고 할 근거는 없는 셈이다.

한미 FTA의 ISD는 위험한가

ISD는 이번에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맺은 81개국과의 양자간투자협정(BIT), 최근 수년간 발효된 6개의 FTA에도 적용돼 시행 중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외국기업이 우리 정부를, 반대로 우리 기업이 외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경험으로만 보면 "ISD 상대가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는 정부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측에선 유난히 제소를 즐기는 미국 기업들의 '호전성'과 기존 BIT에서와는 다른 이번 ISD의 차별성을 우려한다. 지금까지 ICSID에 제기된 ISD 관련 제소(390건) 가운데 4분의1 이상(108건)을 미국 기업이 냈다.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는 "FTA로 경제 위기를 넘으려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기존 BIT에서는 국내법에 근거해 들어온 외국 회사가 설립 이후 투자에 대해서만 소송을 낼 수 있어 범위가 좁았지만 FTA에서는 국내 진출 전 투자환경에 대한 소송까지 가능한 점도 우려 대상이다. 소송 발생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다는 얘기다.

소송에서 미국이 유리한가

ICSID의 재판부는 3명으로 구성된다. 소송의 양 당사자가 각각 1명씩 임명하고 나머지 1명에 합의가 안 되면 ICSID 사무총장이 선정하는 구조다. 야당 등은 이를 두고 세계은행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 절대 유리한 구도라고 우려한다. 사실상 2대1의 재판이 될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역대 승소율(미국 기업이 제기한 108건 가운데 최종판결 난 55건 기준)은 14%(15건)로 패소율(20%ㆍ22건)이 더 높았다. 세계은행이라고 편파 판정만 일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기업의 입장이 부분적으로라도 반영된 '일부 승소'까지 포함하면 승률은 60%까지 높아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종훈 교수는 "보통 일부 승소라는 게 소를 제기한 측의 요구사항의 절반 정도를 들어주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로서는 소송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년 전 협상 때와 달라진 건 없다는데

맞다. ISD 관련 조항은 2007년 참여정부가 미국 정부와 FTA 협상을 타결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여야의 시각이 당시와 반대로 바뀌었다. 야당은 "4년 전엔 ISD의 위험성을 미처 몰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미간 투자ㆍ무역 환경도 4년 전과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정동영 의원 등은 "협상 타결 전 정부 내에서도 법무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대법원 등이 ISD 반대 입장을 강하게 제기했었다"고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홍준표 대표가 당시 'ISD는 사법주권을 미국에 바치는 것'이라며 문제점은 지적했지만 전체적으로 FTA 통과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법무부 등 정부 부처도 "문제 소지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공식 반대입장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4년 전이나 지금이나 "ISD가 우려는 되지만 더 큰 국익을 위해 FTA는 필요하다"는 게 처지가 바뀐 여당의 일관된 논리였던 셈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