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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국의 철새 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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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국의 철새 도래지

입력
2011.11.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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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월동지를 자주 바꾸냐고요? 도요새는 알고 있죠

수천㎞를 날아서 남하하는 겨울 철새에게 한반도는 넓은 땅이 아니다. 서식 환경이 바뀌면 금방 월동지를 바꿔버린다. 일례로 '두루미 도시'로 불렸던 경북 구미는 4대강 공사로 해평습지가 파괴되면서 철새가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시화호, 새만금 등은 먹이를 얻을 수 있는 농토가 생기면서 철새가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새로운 서식지에선 생존력 강한 우점종(기러기, 오리 류)의 비중이 늘면서 종다양성은 오히려 파괴되는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요컨대 오래된 조류도감을 들고 철새 도래지를 찾았다간 낭패감만 느낄 수 있다. 탐조 여행을 떠날 땐 환경단체의 생태 모니터 자료를 꼭 챙겨봐야 한다.

▦창원 주남저수지

가장 손쉽게, 가장 많은 철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주남저수지는 주변 농지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던 자연습지로 1970년대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초부터 가창오리 등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람사르협약 등록습지 기준을 훌쩍 넘어서는 대규모 철새 도래지가 됐다. 한때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겨울 철새를 볼 수 있었다. 겨울 내내 하루 1만~2만 마리의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의 중간 기착지로 생태적 중요성이 크다.

인접한 창원 도심이 커지고 주변 지역의 농업 형태가 변하면서 철새가 갈수록 줄고 있다. 더구나 '주남저수지 물억새 60리길'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생태계 파괴 우려가 크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둘레에 벚꽃길, 탐조대, 관찰데크 등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를 나와 창원 방면 14번 국도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다. 저수지 둑만 올라서면 어디서나 철새가 보인다. 10인 이상이면 현장 생태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26~28일 제3회 철새축제가 열린다.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 (055)212-4950.

▦서천 유부도

유부도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금강 하구에 있는 작은 섬이다. 과거엔 유배지였고 지금은 60여 가구가 고기 잡고 소금 만들며 사는 조용한 시골이다. 금강 하구둑에 건설된 철새조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새를 볼 수도 있지만 유부도에선 새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다. 검은머리물떼새의 국내 최대 월동지이고 알락꼬리마도요 등 도요새도 대규모로 찾아온다.

새만금 공사로 갯벌이 파괴되면서 이곳에 100만 마리 가까이 모이던 도요새가 사라졌는데, 그 중 일부가 유부도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탐조 여행의 적기는 음력 보름과 그믐날이다. 이때 바닷물이 만조에 이를 때 검은머리물떼새와 도요새가 가장 가까이 다가온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에서 나온 뒤 4번 국도를 이용해 장항도선장으로 가서 배를 타야 한다. 여객선이 없어 어선을 빌려야 한다.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조류생태관 일대에서는 4~6일 서천철새여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226.

▦철원 비무장지대

철원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관광 테마가 '안보'에서 '철새'로 바뀐다. 특히 두루미가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기러기가 50m 앞까지 접근해도 곡식을 주워먹느라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는 '뻔뻔한' 새인데 반해, 두루미는 사람이 500m 앞까지만 접근해도 날아가버리는 민감한 새다. 그래서 두루미 탐조에는 성능 좋은 망원경이 필수다. 독수리류도 볼 수 있다.

철새의 월동지가 민간인 통제선 내에 있기 때문에 출입이 까다로운 편이다. 오후 2시부터 해질 무렵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철새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개인 차량은 통행이 제한된다. 매주 화요일은 출입할 수 없다.

●철원군청 관광문화과(033-450-4466)로 연락해 출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셔틀버스와 탐조 포인트가 되는 안보시설 이용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033)450-5558.

▦강릉 경포호

시끌벅적한 경포호에 무슨 철새가 깃들까 싶지만 한겨울 호수가 꽁꽁 얼어붙으면 새가 찾아온다. 특히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참수리 같은 흔히 볼 수 없는 맹금류를 관찰할 수 있다. 바다와 이어지는 강문항 부근에는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비오리처럼 비교적 수가 적은 오리 종류도 찾아와 겨울을 난다. 강릉 남대천 하구도 철새 도래지였으나 1990년 도암댐 건설로 생태계가 송두리째 파괴됐다. 최근 강릉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물수리, 물닭, 왜가리 등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유명 관광지인 만큼 경포호로 가는 길은 잘 닦여 있다. 강릉 시내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주문진 방면으로 가면 쉽게 닿을 수 있다. 강릉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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