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서 3㎞ 떨어진 외딴 섬 적금도의 적금자율관리공동체 회원들은 지난해 1인당 6,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같은 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이 4,809만원이었으니 도시 사람들 보다 소득이 25%나 높은 것이다. 2005년 1인당 1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던 마을 주민들에게 웃음꽃이 핀 것은 당연한 일. 요즘엔 소득을 높인 비법을 배우고자 다른 어촌 사람들이 몰려와 교육과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어장이 황폐해져 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심했던 이 마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0㏊규모의 작은 섬에 78가구 133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적금마을은 언제부턴가 외지인들이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안팎의 고령으로 직접 어업 활동이 힘들어 마을 어장 4개소(81㏊)의 본인 지분을 외부 사람들에게 임대해 줬기 때문이다. 외지 임차인들은 새고막, 바지락, 전복 등 패류가 풍부하고, 해삼, 문어 등이 많이 잡혀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 중에는 주먹 깨나 쓰는 30~40대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외지인들은 1년 단위로 맺는 계약을 계속 갱신하면서 고소득을 올렸다. 이들은 어장에서 마구잡이로 조개를 캐고 치어를 남획하면서 어족자원은 점차 사라져 갔다.
막다른 길에 몰린 주민들은 최후의 카드로 자율관리공동체를 만들기로 했다. 앞장섰던 사람은 현재 공동체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길(52)씨. 2005년 말 그는 주민 58명을 모아 공동체를 구성한 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원래 수산업법 상 어장을 임대해주는 것이 불법인데도 외지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 아무런 항변도 못했지만, 박 위원장이 나서 법대로 처리해 원상태로 돌려놓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들이 임대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자 외지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05년~2006년 법정다툼 끝에 겨우 외지인들이 물러났다. 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외지인들이 폭력배를 동원해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어장을 되찾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황폐해진 어장을 살리기 위해 어린 씨조개를 살포하고, 어장과 해변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공동체가 결성된 직후부터 주민들은 꾸준히 전남해양수산과학원으로부터 기술이전과 맞춤형경영컨설팅도 받았다. 낚시하러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해상 펜션도 만들고, 중간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위한 직판장도 설치하는 등 시설투자에도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면서 공동체 순소득이 2006년 4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직판장에서는 어류 패류 해조류 등 연간 22톤이 거래돼 절반인 2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1인당 소득도 500만원(2006년)에서 지난해 6,000만원으로 12배나 뛰었다.
적금마을 사람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번 돈의 10%는 자원조성(고막, 바지락, 전복 등), 어장정화, 직거래장터 등에 재투자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2012년 완공 예정인 여수~고흥간 연륙교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주민들이 인근 부지 6만8,000㎡를 사들이기도 했다. 외지인들 때문에 겪은 아픈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일정액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노인들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등 복지사업도 펼치고 있다.
환골탈태한 적금도 주민들은 2008년 제6회 전국자율관리공동체 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위원장은 "똘똘 뭉친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며 "우리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율관리교육 사업, 신 폐광을 이용한 젓갈 가공산업 육성, 인터넷 판매망 구축 등으로 내년엔 일인당 소득이 8,0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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