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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前장관 두 번째 회고록 출간/ "DJ는 이상주의자, 盧는 판독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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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前장관 두 번째 회고록 출간/ "DJ는 이상주의자, 盧는 판독하기 어려웠다"

입력
2011.11.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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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사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의 두 번째 회고록 가 1일 미국에서 발간됐다. 이 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간 진행된 북핵 문제를 소개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한국과 관련한 내용도 부분적으로 담고 있다. 라이스는 부시 행정부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2기 때는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한반도 현안에 깊숙이 개입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라이스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부드러운 노정객’으로 표현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이상주의자였다”며 “어떤 대가를 치러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갈등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그에게서 받았다”고 적었다. 뒤를 이어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독하기(read) 어려웠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반미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 직후 언론 회동을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핵 포기 시 북미관계 정상화 발언을 했는데 갑자기 노 전 대통령이 종전 선언 내용이 빠졌다며 부시에게 재발언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그 장면을 두고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기이했는지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면서 “이후 나는 솔직히 한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식날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것을 그는 ‘감동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이 전 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에 관심을 표했다”고도 적었다. 이날 밤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해 “이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자유 어젠다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그는 “부시와 그가 오래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며 아쉬워했다.

한국 외교장관에 대한 인상도 책에 담았다. “국무장관이 된 뒤 처음 2년간 반기문 외교장관에게 노 대통령에 대한 해석을 의존했다”는 그는 후임 송민순 장관을 “능력 있고 사고 폭이 넓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정상이 아니라고 믿지만 38선 이남을 향해 핵을 사용하는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일이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자 모든 어른이 달려들어 그것을 모아 테이블에 올려놓고 김정일은 다시 음식을 바닥에 내던진다”는 부시의 비유를 소개했다.

분열된 미국의 대북정책

라이스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전략을 놓고 빚은 갈등도 책에 담았다. 부시 행정부 1기 때 대화를 강조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의 접근법에 딕 체니 당시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반대했는데 두 사람은 북한과 협상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파월은 존 볼턴 당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과도 갈등을 빚었다.

라이스 전 장관은 2002년 9월 중앙정보국(CIA)의 백악관 보고에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포함된 사실도 소개했다. 당시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데 공감한 백악관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을 보류했다. 라이스는 “그러나 미국 입장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을 설득했고 결국 켈리가 북한에 들어갔는데 당시 그가 가져갈 훈령이 처음에는 온건했으나 볼튼, 체니가 개입하면서 강경해졌고 파월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몬다며 화를 냈다”고 회상했다. 라이스는 “켈리는 평양에서 북한이 HEU를 인정했다는 외교전문을 보냈는데 대북협상에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이 이를 언론에 유출해 결국 (협상을 깨는데) 성공했다(당시 북한의 HEU 문제가 보도되면서 제네바 협상이 붕괴됐고, 한반도는 2차 핵 위기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라이스는 국무장관이 된 뒤 동북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가시덤불처럼 엉켜있는 동북아 문제를 풀기 위해 크리스토퍼 힐에 주목했다. 라이스는 “박식한 제너럴리스트 외교관 크리스토퍼 힐에 주목했다”며 “동아태 차관보가 된 힐은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지침을 벗어나 움직이지 않았다”고 그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의회와 강경파,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으로 인해 그는 성 김에게 북핵 협상을 넘겨야 했다”며 힐의 낙마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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