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국내 복귀’라는 말에 한대화(51) 한화 감독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한 듯 계속된 질문에는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1일부터 일본 나가사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한 감독은 2일 오후 통화에서 “지금 처음 들었다”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 않는가. 와서 잘 해주기만 하면 바랄게 없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자세히 말하기가 곤란하다. 한화로 오는 게 확정된 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고, 박찬호를 선발투수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직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몸 상태를 점검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올시즌 내내 ‘박찬호 특별법’ 문제로 속앓이를 한 한 감독이다. 그래도 그는 “어쨌든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한화로서는 전력 보강과 흥행 외에도 ‘박찬호 효과’를 톡톡히 기대할 만하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한화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특별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특히 양훈이나 김혁민, 장민제 등 젊은 유망주 투수들에게는 축복이나 다름 없다. 주전 경쟁은 그 후의 문제. 한 감독도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올시즌 3년 만에 탈꼴찌에 성공하며 6위까지 뛰어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은 약하다. 내년 시즌은 한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해다. 이제는 가시적인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거포 김태균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베테랑 투수 박찬호의 가세는 한 감독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물론 박찬호의 한화 입단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감독의 말대로 박찬호의 몸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고국에서 마지막 명예회복을 노리는 박찬호가 선발 투수를 희망할 것은 자명하다. 박찬호는 올시즌 오릭스에서도 줄곧 선발로만 뛰었다. 비록 등판할 때마다 빈공에 시달리는 팀 타선과 부상 탓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2군에서는 기량을 회복하며 부활 가능성을 보였고, 오릭스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경우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의 엔트리 합류를 적극 검토했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한다면 ‘좌(류)현진-우(박)찬호’의 막강 원투 펀치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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