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8)가 내년 시즌 국내 무대에서 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9개 구단 단장들이 자리한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논의했다. 위원회에서 노재덕 한화 단장은 박찬호가 조건 없이 내년부터 한국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8개 구단 단장들에게 요청했다. 이에 단장 대부분이 ‘박찬호가 내년 시즌부터 국내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큰 맥락에 대해 동의했다.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한 단장에 따르면 “두 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첫 번째는 박찬호를 국내에서 뛰게 할 것이냐, 두 번째는 한화가 반대급부를 치르는 등 큰 출혈 없이 데려갈 것이냐. 두 가지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단 대승적인 차원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낸 셈이다.
한화가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박찬호가 내년부터 곧바로 국내 무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없었고, 박찬호가 복귀하게 되면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KBO 규약대로라면 박찬호는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2013년부터 뛸 수 있는데 내년 시즌부터 당장 국내 무대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은 있다. 한화가 요구하는 ‘무조건’ 영입과 일부 구단이 주장하는 ‘조건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무조건’은 한화가 박찬호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내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007년 해외진출 선수 특별지명 때 얻지 못했던 지명권을 이번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건부’는 한화가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8일 열리는 9개 구단 사장단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거친 뒤 차기 이사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9개 구단 사장단이 참가하는 이사회는 KBO의 모든 의사 결정을 하는 자리다. 여론의 추이를 고려하면 사장단이 이사회에서 대의를 뒤집으면서까지 ‘박찬호 특별법’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재덕 한화 단장은 “우리의 주장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희망적인 자리였다”며 “첫 단추를 잘 뀄다는 게 중요하다.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의 모임인 일구회도 박찬호가 국내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구회는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하며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줬고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했다”면서 “KBO는 특별법을 제정해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처해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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