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서울에 모였던 주요20개국(G20) 정상들이 3, 4일(현지시간) 이틀간 프랑스 칸에서 다시 만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지난해 당선자 자격으로 참가)만 빼면 지난해 그 얼굴 그대로다. 하지만 상황은 천양지차다. 세계경제가 바닥을 치고 성장세로 돌아서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침체, 중국의 긴축 등으로 비관론이 팽배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이 유럽위기 탈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무려 3조 2,000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어 이론상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정부 부채의 4분의 3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환율조작이나 시장경제 지위 문제 등에서 숙원 해결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어 중국이 해결사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도 중국에 정치적 양보를 하면서까지 돈을 구걸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는 이번 회의는 ‘유럽위기 해결에 G20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수준의 선언적 합의만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의제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은행에 고삐를 죌 목적으로 금융거래세 도입안을 테이블에 올리겠지만, 미국 중국 등이 반대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신흥국에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을 증액하는 문제도 선진국들이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가 유럽문제에만 매몰되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신흥국과 선진국 간 무역불균형, 빈국개발 등 서울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현안은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유로존 위기보다 더 나쁜 뉴스는 (칸 정상회의 이후에도) 세계경제가 예전과 같은 심각한 불균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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