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네스코 가입을 강행한 팔레스타인에 다각도의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팔레스타인은 유네스코에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IBRD) 등 유엔 산하 16개 국제기구 가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보복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이 확정된 다음날인 1일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 2,000가구를 새로 짓기로 하는 등 정착촌 확장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성명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이자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을 지지한 국가들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보내던 자금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5월 마무드 압바스 PA수반이 칼레드 마샤알 하마스 최고지도자와 정파간 화합 협정을 체결했을 때 송금을 중단한 것을 포함, 올들어 두 번째다. 이스라엘은 자국 항구를 거쳐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상품에 대한 관세 명목으로 매달 1억달러 정도를 PA에 전달해 왔다. 이는 PA에게는 세입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자금을 언제까지 동결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 시작하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알아드하(Eid al-Adhaㆍ희생제)를 앞두고 PA가 수만명의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고위관리들이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허가증의 발급을 중단하는 등 추가 조치도 검토중이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을 위한 문호를 늘 열어뒀는데 PA가 번번이 이를 방해했다”며 “이번 대응 조치는 상당히 자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PA는 강하게 반발했다. 나빌 아부 루다이나 PA수반 대변인은 “정착촌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은 양국 평화협상의 파괴를 앞당길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자금 동결 조치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돈을 훔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팔레스타인 통신회사인 팔텔의 서버가 해킹당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일대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사고가 일어났다. PA는 해킹 공격과 유네스코 가입과의 관련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당국을 의심하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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