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엔화 초강세/ 日산업 초토화 우려… TDK "13% 감원" 닛산 "해외이전 확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엔화 초강세/ 日산업 초토화 우려… TDK "13% 감원" 닛산 "해외이전 확대"

입력
2011.11.01 17:37
0 0

일본의 대형 전자부품 제조ㆍ유통업체 TDK는 앞으로 2년 동안 일본 내 직원 1만1,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지난 주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무려 13%에 달하는 규모. 좀처럼 사람을 자르지 않는 일본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업계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TDK측은 인력감축은 모든 사업 부문이 대상이며 향후 생산거점 통폐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DK가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선 직접적 이유는 엔고. 세계 경기부진과 일본내수의 장기불황 여파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환율이 문제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 "이대로 가다가 일본 제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말 것"이란 탄식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엔화 환율은 달러당 70엔대 중ㆍ후반. 2008년 이후 달러화에 비해선 41%, 유로화에 대해선 47%나 절상된 상태다. 지난 31일엔 엔화가치가 사상 최고(환율로는 사상 최저)인 75엔대까지 치솟자 일본정부가 천문학적 시장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서 엔화가치가 상승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일본 실물경제는 잃어버린 10년 이후 미국 유럽 못지 않게 어렵다. 그런데도 유럽ㆍ미국 재정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심리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면서, 엔화는 '원치 않는' 절상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힘든 쪽은 전자와 자동차다. 수출을 통해 '메이드 인 재팬' 신화를 만들었던 두 업종이 엔고의 직격탄으로 신음하고 있다. 줄줄이 적자행진에, 감원 생산기지 이전 등 극약처방들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의 하나인 파나소닉은 상반기(4~9월)에만 우리 돈 2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고 연간으론 적자가 6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19%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일본의 주요 업체들은 일차적으론 비용절감, 그래도 안되면 감원, 마지막으론 해외탈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일본 2위 자동차메이커 닛산은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최소 100만 대는 일본에서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중남미에서 생산해서 북미에 수출하는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엘피다도 일본 내 유일한 생산거점인 히로시마 공장 설비의 40%를 1년 안에 대만 자회사 렉스칩일렉트로닉스로 이전할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현재 1만7,000여개에 달하는 자국 내 부품 협력업체 수를 내년 말까지 1만개로 줄이는 대신, 중국 등 신흥국가에서 부족한 물량을 충당할 계획이다.

일본 내에선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부품업체들의 몰락과 심각한 산업공동화 및 대량실업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심지어 일본 시즈오카현 서부 하마마쓰시의 자동차부품, 섬유, 건설 등 10개 중소기업은 사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인도네시아 등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조건이 맞는 공단을 찾아 공동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 결과, 엔고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경영 노력을 통한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기업은 감소(67%→59%)한 대신 '생산ㆍ연구거점 해외 이전'을 하겠다는 기업은 크게 증가(23%→46%)했다. 신문은 "기업들이 인내형에서 현실 타개형으로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