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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몰래 한도 올려 보이스피싱 표적된 카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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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몰래 한도 올려 보이스피싱 표적된 카드론

입력
2011.11.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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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회사 임원 A(46)씨는 최근 대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한테 속아 3,000만원 가까이 카드론 피해를 봤다. 사기범은 A씨에게서 신용카드 정보 및 연계 은행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카드사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A씨 소유 롯데카드에서 840만원, 현대카드에서 2,000만원을 카드론으로 빼갔다.

A씨는 사기를 당한 후에야 현대카드 카드론 한도가 사전동의 없이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450만원→1,000만원→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사실을 알았다. A씨는 카드사에 "임의로 한도 조정을 하지만 않았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항의했지만, "카드론은 한도를 올릴 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카드론 한도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키우고 있다. 카드론은 서류심사 없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카드사들이 고객 동의도 없이 한도를 마구 늘리면서 보이스피싱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1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이용과 현금서비스 한도를 높이려면 반드시 고객에게 사전동의를 구해야 하는 반면, 카드론은 한도와 관련된 규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론은 카드사에 신청하는 순간부터 계약이 맺어지고 대출금 한도 개념도 생겨난다"며 "때문에 별도의 한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카드사들은 카드론 영업 확대를 위해 고객들에게 한도를 대폭 늘려준다.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 중에는 한달 만에 한도가 0원에서 1,200만원으로 상향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취업준비생과 가정주부 등 고정 수입이 없는데도 1,000만원 이상 한도가 설정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그러나 카드론 산정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려한다. "매월 내부 산출기준에 따라 재산정 된다"는 설명이 전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솔직히 카드론 한도를 증액할 때 고객한테 사전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슬그머니 한도를 올리는 것이 관행"이라고 시인했다.

카드사들이 카드 이용대금 청구서에 카드론 한도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호객 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다. 카드론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고객들조차 수천 만원의 한도를 받게 되면 카드론 이용의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안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작년 말 "청구서에 카드론 한도를 명시하지 말라"고 구두 권고했지만, 대부분 카드사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 70여명은 이런 불투명한 카드론 한도 규정을 놓고 카드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소송 대리인인 종합법률사무소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카드사들이 객관적 자료에 기초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카드론 한도를 높이는 바람에 피해금액이 컸다는 점과, 카드론 역시 현금서비스와 성격이 같은 상품이므로 한도를 올릴 때 사전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법정에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당국의 진상조사와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공동 시위에도 나설 예정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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