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ISD) 조항이 여야협상의 최대 관건으로 등장했다. 민주당이 ISD를 폐기하지 않는 한 비준안 처리를 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FTA 재재협상의 선결 요건으로 '10+2'의 12가지 사항을 내걸었던 민주당은 유독 ISD 조항 폐기를 고집하고 나선 이유가 뭘까. 여기에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우선 ISD가 한미 FTA의 핵심적인 불공정 조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제도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 법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 중재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돼 있어 우리의 사법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30일 한나라당과 ISD 조항의 절충안을 합의한 원내대표단 측에서는 "협상단이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을 했는데 야권통합에 올인하고 있는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실제 민주노동당 등 야4당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ISD조항을 절충하자 "야권연대를 재고하겠다"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10ㆍ26 재보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싸움 와중에 민주당이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의 FTA가 7대 3으로 우리에게 유리했지만 지금의 FTA도 51대 49로 우리가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며 "FTA 처리를 강조하는 정부 여당에 맞서 싸워도 불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농축수산업 등의 피해대책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도 "피해 대책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나름의 역진조항이었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이 10+2를 통해 제기했던 농어민 피해대책 등을 한나라당이 대부분 양보한 만큼 정부가 제시한 ISD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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