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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도를 인간에 이식' 근거될 이종이식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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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도를 인간에 이식' 근거될 이종이식법이 없다

입력
2011.11.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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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에서 당뇨병 완치 성과를 거둔 서울대 연구팀이 "내년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본보 1일자 1면) 국내에는 이종(異種)이식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윤리적 기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돼지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은 일반 의약품보다 엄격한 안전·윤리기준이 필요해 법부터 만들어야 하는데도 정부와 연구진은 그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팀은 지난 31일 돼지의 췌도(膵島∙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당뇨병을 앓는 원숭이에 이식해 완치 효과를 확인했다는 실험성과를 발표하며 "내년 중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종 이식은 사람에게는 방어능력이 없는 신종 전염병을 야기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까다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복규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교수는 1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조류인플루엔자처럼 동물에서 유래한 질병이 사람에게 옮겨와 심각한 전염병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식받은 환자는 물론, 그와 접촉하는 주변인까지 평생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 사후에는 부검해 조직을 50년간 냉동보관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자식까지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이종이식자문위원회(SACX) 등이 내놓은 기준이다. 무균돼지라 하더라도 현재 기술로 진단이 안 되는 미지의 병원균이 있을 수 있고, 환자 개인을 넘어 국민보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수헌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등 법학자와 생명윤리학자들이 3년 전부터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로 '이종이식에 관한 법률(가칭·이하 이종이식법)' 초안을 마련했지만 제출받은 복지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정영훈 생명윤리안전과장은 "생명윤리는 배아나 이종교배처럼 생명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 문제이지 장기이식은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종이식의 심각성이나 법제화의 필요성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내년에 임상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임상허가를 내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아무리 임상에 자원한 피험자라 해도 개인의 병력을 평생 추적한다는 것은 인간존엄과 사생활보호, 자기결정권 같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부에 이종이식법 개발을 담당할 부서를 정해달라고 수 차례 건의했지만 답변이 없다"며 "법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임상을 진행할 연구자도 윤리와 안전문제에 둔감한 상황이다. 박성회 교수는 "임상시험 절차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2상임상의 결과가 좋고 환자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치료제일 경우 마지막 3상임상을 거치지 않아도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 임상시험이다. 그는 또 "윤리니 법이니 그런 건 난 잘 모른다"며 "(임상)과정을 단축하고 싶어 초조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수헌 교수는 "현재 의약품 임상시험은 약사법의 적용을 받지만 이종이식 임상은 연구자 내부 지침도 없다"며 "관련 법률도, 고시도, 내부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 대상 임상에 들어가겠다는 건 법적, 윤리적으로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종이식법이 발효돼 있는 유일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모든 의료기관이 국영이어서 민간 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가 그대로 벤치마킹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치료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데에는 무관심한 채 교육과학기술부는 "적극 지원" 의지를 밝히고, 연구자는 성과를 알리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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