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복서의 심정이 이런 것 일까.
서울 드림식스가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폭풍을 넘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드림식스는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1~12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경기에서 팀 최다득점(21점)을 올린 최홍석(23)을 앞세워 LIG손해보험을 3-1(25-22 20-25 25-23 25-17)로 꺾고 승점 9점을 따내 대한항공을 2점차로 따돌리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새 주인을 찾는 팀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드림식스 선수들은 이날 자신을 외면하는 시장을 향해 울분을 쏟아내는 듯 코트에서 펄펄 날았다.
공격땐 벌떼처럼 덤벼들어 상대의 혼을 빼놓았고 수비벽은 철옹성처럼 높이 쌓아 올렸다. 최홍석에 이어 안준찬(25), 김정환(23)이 각각 17, 16득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신영석(25)도 블로킹 7득점 포함 11득점을 올렸다.
드림식스의 이날 승리 원동력은 높이였다. 블로킹으로만 18득점을 거둔 드림식스는 상대 스파이크를 무력화하는 유효블로킹도 15개나 기록했다. 특히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4세트에선 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추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내심 마수걸이 승리를 기대한 LIG손해보험은 공격과 수비 모두 손발이 맞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4연패에 빠졌다. 레프트 주포 김요한(26)이 허리 통증으로 빠진 것도 뼈아팠다.
드림식스는 1세트에서 새내기 주포 최홍석의 백어택 2득점을 포함해 9득점을 발판으로 3점차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돼 드림식스 유니폼을 입은 최홍석은 지난달 30일 상무신협과의 경기에서 신인으로는 역대 최초 트리플크라운(서브에이스·블로킹·후위공격 3개 이상)을 달성한 위용을 뽐내며 코트를 지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레프트 공격수 라이언 제이 오웬스(31)가 조만간 팀에 합류하면 드림식스가 올 시즌 남자부 경기 최대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IBK기업은행이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25-19 24-26 25-20 25-22)로 꺾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주포인 용병 알레시아 리귤릭(25ㆍ우크라이나)이 196cm의 장신을 앞세워 38득점을 올렸고 신인 김희진(20)과 박정아(18)도 각각 19, 16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승부는 일찌감치 서브에이스에서 결정났다. IBK기업은행은 서브 에이스에서 13-2로 앞섰다.
IBK기업은행은 1세트에서만 7개의 서브에이스를 터뜨려 역대 한 세트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정철 감독은 "우리 팀이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범실로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며 몸을 낮췄다.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은 "노장과 신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팀으로 성장세가 기대 이상"이라고 상대팀을 평가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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