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내년 무상급식 예산안을 편성을 놓고 일촉즉발의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의회는 내년 중학교(2,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염두에 두고 1,350억원의 예산편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경기도는 여력이 없다며 절반 이하인 610억원 선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도의회 집행부가 '무상급식 예산을 친환경 급식비란 항목으로 편성하는 것은 무상급식을 사실상 거부하는 행태'라며 예산안 심사를 벼르고 있어, 서울에 이어 소모적 무상급식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의회, "무상급식 재원 확대해야"
경기도는 내년 예산 15조원 중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가용재원 규모가 4,500억원에 불과하다며 도의회의 무상급식비 확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에서 610억원(1차 편성 380억원)으로 65% 확대하는 것만해도 상당한 양보라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용재원의 30%를 무상급식에 편성하게 되면 구제역 등 돌발상황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면서 "무상급식은 가용재원이 8,000억원대에 이르는 도교육청이 담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가용재원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의회 민주당 고영인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보듯이 무상급식은 시대적 대세"라면서 "경기도는 가용재원에 대해 엄살만 부리지 말고 형편이 어려움에도 무상급식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지자체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경기도 가용재원 규모를 실사해 무상급식 반대 논리를 분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지사 "도교육청이 담당해야"
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현행 '친환경 급식비 등'으로 표현된 예산 항목도 이 기회에 '무상급식' 항목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항목은 친환경 급식이지만 실제로는 무상급식비로 활용되고 있어 혼선이 유발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무상급식의 발상지이면서도 도에 무상급식 예산항목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란도 예산항목 신설 요구의 주요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의회 민주당 정기열 수석부대표는 "도내 친환경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에서 이제 본연의 무상급식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경기도가 계속해서 도의회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보트쇼 등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협의기간이 남아 있어 여당, 집행부와 충분한 조율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문수 경기지사는 "학교 안은 교육청에서, 학교 밖은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내년부터는 학교 안가는 날이 더 많은데 가용재원의 3분의 1을 무상급식에 투입하는 게 복지 우선 순위에 합당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타협 여지 있어 최악 사태는 피할 듯
예산 규모와 항목을 놓고 격론이 불가피하지만 협상 여지가 남아 있어 제 2의 서울 사태는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의회는 무상급식이라는 명분(항목 신설)을 얻고 경기도는 지원 예산 축소라는 실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는 경기도의회 여야가 먼저 합의한다면 최대한 존중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무상급식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복지예산이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어서 타협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영인 대표도 "무상급식 항목 신설은 양보할 수 없지만 예산 규모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서 장단을 맞췄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와 도의회 모두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생각이어서 서울시 같은 극한 대립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예산 규모에 있어 입장 차가 워낙 커 조율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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