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돌풍 허먼 케인(66) 전 피자 체인점 최고경영자(CEO)가 마침내 언론 검증대에 섰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지난달 30일 제기한 성희롱 의혹 파문이 첫 관문이다. 많은 역대 후보들이 여성 문제로 발목을 잡힌 만큼 이번 의혹은 케인에게 최대 위기다.
경선 초반 조연에 불과했던 케인은 9월 24일 플로리다주 스트로폴(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2개월째 다크호스로 질주했다. 8월말 6%에 불과했던 지지율은 20%대 중반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달 31일에는 릭 페리 주지사의 안방인 텍사스에서조차 지지율(27%) 1위를 기록, 경선을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의 2파전으로 좁힌 상태다.
케인 돌풍이 계속되자 그의 인기를 곧 터질 거품으로 보던 언론도 본격적으로 과거 들추기에 나섰다. 성희롱 의혹은 케인이 전미요식업협회(NRA) 회장이던 1990년대 후반 여직원 2명이 그의 부적절한 성적 발언과 제스처를 문제삼자, 협회가 이 사실을 함구한다는 조건으로 수만 달러를 주고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케인은 이날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 클럽 초청연설에서 "근거없는 허위이고, 마녀 사냥"이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선거캠프는 "워싱턴 정치권과 거래하는 언론이 케인의 인격을 비방하며,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케인 측이 해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꾸는 등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케인은 이날 하루에만 "사건을 모른다"고 했다가 "문제의 여성 일부를 알고 있다"고 했고, 다시 "사건을 어느 정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말을 번복했다. 이 때문에 성희롱 의혹은 진위 논란 차원을 넘어 공인으로서의 진실성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고 있다.
케인이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 들러리로 주저앉은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의 전철을 밟을 경우 3위로 밀려난 페리 주지사에게는 부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언론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하면, 케인은 '정치적 아웃사이더' '보수층이 잠시 머무는 주차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케인 돌풍은 아직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되는 분위기다. 성공스토리와 유머 등 그의 매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정치권에 대한 환멸, 마땅한 지지 후보의 부재가 인기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케인에 대한 질문에 대꾸도 않고, 롬니를 비난한 것은 케인의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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