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ㆍ국가소송제(ISD)가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가로막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곧바로 부결돼 원만한 비준은 이제 어려워졌다.
원내대표 합의안은 피해대책에 민주당 요구를 반영하는 대신 ISD문제는 한미FTA 발효 후 3개월 이내에 양국 정부가 협의를 시작, 1년 이내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미FTA 시행 이후의 ISD조항 폐기는 불가능하다며 지금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국익과 현실성이다. 우선 ISD 판정기관인 국제분쟁조정센터(ICSID)의 통계를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 동안 외국기업의 미국 정부 제소는 15건인데, 승소는 한 건도 없고 패소 6건, 계류 9건이다. 반면 미국 기업의 외국 정부 제소는 108건이나 되고 그 중 패소는 22건, 승소 15건, 합의 18건, 계류 48건, 기타 5건으로 ISD가 미국에 유리한 것만은 틀림없다.
더욱이 한미 간에는 ISD분쟁이 많아질 수 있다. 대기업의 중소업종 잠식을 막는 법령,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영역이나 시간을 제한하는 조치 등은 ISD에 저촉된다. 정부 정책을 미국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주권침해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ISD조항이 참여정부 때 합의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지금 격렬한 반대에 앞서 통렬한 반성부터 해야 옳았다.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에서 자동차부문의 이익을 양보했으니 ISD 폐기를 얻어냈어야 했다"고 말하지만, 애당초 주권문제를 이익과 동렬에 놓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동맹이나 국제신인도를 고려할 때 한미FTA 폐기는 어불성설이다. 선택지는 재재협상이나 비준 후 ISD 재협의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여당은 3일 본회의 강행처리 대신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에 정부는 미국에 ISD 재재협상을 타진하는 노력을 보였으면 한다. 재재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여야가 다시 절충안을 만들어 비준절차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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