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은 크면서, 신뢰도는 대기업보다 못하다.' 이것이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오늘의 종교계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전국 16~69세 남녀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종교계 신뢰도는 5점 만점에 겨우 3.0점이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3.22)는 물론 대기업(3.01)에도 못 미쳤다. 3대 종교 중에는 가톨릭(4.11), 불교(4.05)에 비해 영향력(53.2%)이 가장 큰 종교인 개신교(3.34)가 특히 낮았다. 다음의 조사내용이 그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응답자 57%가 종교간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개신교를 꼽았다. 개신교 신자들 중에서도 30.7%가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종교적 편견이나 선입견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불교(41.6%)하고만 그렇다는 것도 아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개신교는 비종교인(9.9%), 가톨릭(6.3%), 이슬람교(4.3%)와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게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가장 평화적인 종교, 미래가 가장 밝은 종교에서도 개신교가 불교나 가톨릭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심심하면 터져 나온 이권다툼을 연상시키는 개신교의 내부갈등, 타 종교에 대한 비하 발언과 행동이 키워준 국민의 실망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최근 계신교계 일부에서 이에 대한 자성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화운동, 남북교류 등을 통해 타 종교와의 교류와 화해를 적극 도모하고 있지만, 국민의 인식까지 바뀌지는 않았다. 불교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교단과 사찰의 재정 운영에 45.2%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자정과 쇄신 결사운동'에도 75.5%가 무관심하거나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혼의 안식처여야 할 종교가 국민에게 믿음과 안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슬픈 일이다. 말로만 미움이 아닌 사랑, 다툼이 아닌 평화, 내가 아닌 우리를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종교계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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